네리 옥스만의 스튜디오가 선보인 비질스(Vigils)는 실크를 편직하는 결정에 미생물의 발색 과정을 연결한 연구다. 어깨와 등을 감싸는 케이프 네 벌의 굽이치는 표면에는 옅고 진한 색이 퍼져 있다. 이 색의 자리는 완성된 천을 염색하기 전, 신호를 담은 실을 놓는 단계부터 정한다.
11월 2일 디진이 소개한 이 작업의 핵심은 생물에서 얻은 염료라는 소재명보다 색이 생기는 위치를 정하는 방법에 있다. 실을 어떻게 놓고, 어떤 신호를 담고, 미생물이 천 위에서 어떻게 반응하게 할지 함께 설계한다.
색을 가져오는 대신 천 위에서 만들다
공식 연구 설명은 특정 화학 신호에 반응하는 미생물을 사용한다고 밝힌다. 신호가 단백질 기반 센서와 연결되면 유전자 발현과 효소 작용이 이어지고, 아미노산 같은 구성 요소에서 색소 분자를 만든다는 설명이다. 시제품에는 인디고와 멜라닌 계열의 색을 만들도록 조정한 대장균 계통을 사용했다.
천은 이 반응이 일어나는 지지체다. 유도 물질을 입힌 섬유를 직물의 특정 위치에 배치하고 미생물이 그 환경에 반응하게 한다. 따라서 전체에 같은 액체를 접촉시키더라도 모든 위치를 동일한 색으로 칠한다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친다. 편직할 때 정한 신호의 분포가 이후 발색을 이끄는 조건이 된다.
디진은 미생물을 포함한 용액을 실크 위에 분사하고 약 24시간 동안 반응시키는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세척·건조를 거치며 미생물을 제거하고 생긴 색을 남긴다. 착용하는 동안 계속 살아 있는 균을 기르거나 옷의 색을 스스로 바꾸도록 만든 제품이라는 뜻은 아니다.
편직의 능선과 골이 색의 자리가 되다
옥스만은 CNC 편직에서 코 하나하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실을 따로 공급하면서 하나의 직물 안에 배치하고 형태까지 구성한다. 공식 설명의 케이프는 원뿔 형태로 이어지게 편직했으며, 표면의 능선과 골에 유도 물질을 입힌 섬유를 의도적으로 놓았다.
이는 평평한 무늬를 그린 뒤 입체 옷에 옮기는 절차와 다른 출발점이다. 빛을 받는 표면의 높낮이와 색이 생기는 위치가 같은 편직 설계 안에 들어간다. 네 작품인 벨룸(Velum) I·II·III·IV는 어깨와 등을 감싸는 드레이프와 굽이치는 선, 옅은 색의 분포를 서로 다르게 보여준다.
기계로 편직한 실크는 미생물의 반응이 일어나는 입체적인 지지체가 된다. 코와 실의 배열이 만든 굴곡은 최종적인 옷의 형태인 동시에 색소가 생길 환경의 일부다. 직물의 조형과 발색을 한 과정에서 조율하는 셈이다.

제어하는 조건과 열어 두는 변이
연구팀은 초기 세포 밀도에 따른 색소 침착, 섬유의 농도와 발색 띠의 크기, 여러 색소의 동시 발현을 살핀 자료를 공개했다. 이들은 색을 단순히 원하는 좌표에 인쇄하는 방식보다 생물학적 반응이 나타날 환경을 조직한다. 같은 종류의 처리에서도 표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미적 표현의 일부로 삼는다.
신호를 담은 실의 위치와 천의 구조는 그 변이가 드러날 범위를 정한다. 연구팀은 이를 설계자가 조건을 만들고 생물학적 반응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결과를 완전히 동일하게 반복하는 것보다 구조와 발색의 관계가 어떤 표면을 만들어 내는지 탐색한 것이다.
| 단계 | 확인된 조작·구성 | 직물에서 읽을 요소 |
|---|---|---|
| 편직 | 실 공급과 코의 위치, 원뿔 형태·능선·골 구성 | 색이 놓일 입체적인 지지체 |
| 신호 배치 | 유도 물질을 입힌 섬유를 선택한 위치에 배치 | 어느 부분에서 반응을 유도할지 결정 |
| 발색 과정 | 천 위에서 미생물이 환경 신호에 반응 | 조건에 따라 나타나는 색의 분포와 변이 |
| 후처리 | 세척·건조하며 미생물 제거 | 살아 있는 배양 과정이 끝난 뒤 남은 색 |
시제품이 보여준 범위
스튜디오는 디진의 취재에서 연구 중심의 생물학적 직물 착색 탐구이며 산업 염색 공정으로 완전히 최적화한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공개된 네 케이프가 보여주는 것은 색과 형태를 함께 조직하는 시연이다. 대량 생산에서 같은 품질을 얼마나 반복할 수 있는지는 이 시제품과 다른 단계의 과제다.
프로젝트의 충분한 전 과정 환경 평가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유 기반 염색을 다른 방식으로 다루려는 목적은 제시했지만, 이 공정의 물·에너지 사용과 배출이 실제로 얼마나 줄었는지를 수치로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 시제품의 표현을 살피는 일과 환경 성과를 평가하는 일을 이 지점에서 구분할 수 있다.
비질스는 실의 배열과 입체 표면, 발색 신호를 나눠 설계하고 이를 배양 과정에서 만나게 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성과는 그 결합이 네 직물의 표현으로 나타난 연구 시제품이다. 실제 제작 조건의 변화가 어느 표면에 남았는지를 중심으로 읽는 편이 작업의 차이를 더 잘 드러낸다.
ARCH.B 의견
관심을 둘 지점은 색을 재료의 끝에 덧붙이는 마감에서 제작의 앞단으로 옮긴 점이다. 능선과 골을 편직하는 결정이 발색 위치의 결정과 겹치므로, 형태와 무늬를 서로 다른 부서의 후속 작업으로만 다룰 수 없게 된다. 직물 디자이너에게는 생물학이라는 이름보다 이 순서의 변화가 구체적인 질문을 준다.
또한 표현의 편차를 허용하는 연구와 일정한 제품을 공급하는 일은 다른 판단 기준을 요구한다. 이 작업의 곡선과 색 번짐을 곧바로 산업 공정의 우월성으로 평가하기보다, 무엇을 정밀하게 정하고 무엇을 변이로 남겼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 경계가 드러날 때 새 착색 기술은 단순한 대체 소재 소개를 넘어 디자인 방법의 비교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