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테이블과 조명 하나를 사진으로 볼 때에는 물체의 색과 윤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 물체를 어느 각도에서 보고, 주변에 무엇이 반사되며, 빛이 움직일 때 표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까지 한 프레임에 담기는 어렵다. 취리히 디자인 미술관의 사빈 마르셀리스 빛과 색(Sabine Marcelis—Light and Color)은 이 관계를 전시장 안에서 펼친다.
토니 아레알에서 2026년 10월 30일부터 2027년 4월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그의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유리·수지·석재를 다룬 기존 작업과 전시를 위해 만든 빛의 설치를 함께 놓고, 재료 샘플과 연구도 소개한다. 독자가 따라가 볼 질문은 간단하다. 물체 하나의 특징은 어떤 배치와 조명을 만나 방 전체의 경험이 되는가.
연대 대신 색이 이끄는 배치
마르셀리스는 디진 인터뷰에서 작업을 시간순으로 정리한 아카이브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빛과 색을 다뤄 온 작업들을 고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취재는 초기 거울부터 수지로 만든 캔디 큐브까지 17개 주요 작업을 소개하며, 작품들이 색을 따라 서로 이어지도록 배치됐다고 설명한다.
같은 재료도 보는 조건이 달라지면 다른 면이 드러난다. 유리로 만든 로쿰 테이블을 곡면 벽에 겹쳐 배치한 부분에서는 각도와 조도에 따라 색의 겹침과 물결 같은 반사가 나타난다. 물건을 각각 독립된 받침 위에 놓아 정면에서만 비교하는 대신, 높이와 배경을 바꿔 같은 재료의 차이를 보이게 한 구성이다.
조명 125개가 물건의 바깥을 만들다
공식 전시 설명에 따르면 바름블릭스트 터널에는 원형 조명 125개를 사용했다. 색이 달라지는 거울 벽과 결합한 길이는 11미터이며 관람자가 안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이케아와 개발한 시리즈 제품을 전시의 공간 단위로 다시 배열한 것이다. 조명 하나의 외곽보다 반복되는 간격과 반사되는 면이 관람자의 시야를 조직한다.
매스모스 라바 컬럼 설치에는 거의 3미터 높이의 조명 8개와 거울 벽이 놓인다. 안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빛의 몸체가 거울에 겹쳐 비치면서 방이 더 멀리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만든다. 앞의 터널이 걸어가는 길을 물리적으로 열어 준다면, 이곳은 세워진 조명과 반사면을 통해 눈에 보이는 깊이를 확장한다.

물의 표면과 움직이는 빛을 한 장면에 놓다
보리스 아켓과 함께 만든 선빔 캡처드(Sunbeam Captured)는 다른 종류의 시간을 사용한다. 얇은 물층에 기계적으로 물결을 만들고, 움직이는 광원이 해의 이동을 따라가는 구성을 취한다. 파랑에서 주황으로 이어지는 거울은 빛의 색온도에서 착안한 장치다. 물의 표면과 빛의 위치가 함께 바뀌며 반사광이 공간에 펼쳐진다.
세 설치의 차이는 빛의 양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원형 조명의 터널에서는 관람자가 이동하고, 라바 컬럼에서는 물체 안의 움직임과 거울이 깊이를 만들며, 물을 쓴 설치에서는 광원과 표면 자체가 변한다. 어디에 서서 무엇이 움직이는지 살피면 사진에서 비슷하게 보이던 빛의 효과도 서로 다른 제작 결정으로 읽힌다.
| 설치 | 확인된 구성 | 관찰할 움직임·관계 |
|---|---|---|
| 바름블릭스트 터널 | 원형 조명 125개·11미터 통로·그라디언트 거울 벽 | 통과하는 위치에 따른 반복과 반사 |
| 매스모스 라바 컬럼 | 거의 3미터 높이의 조명 8개와 거울 벽 | 내부의 유동과 거울 속의 깊이 |
| 선빔 캡처드 | 얇은 물층·기계적 물결·움직이는 광원·색이 이어지는 거울 | 표면과 빛의 위치가 함께 만드는 반사 |
완성된 사진 뒤에 남겨 둔 샘플과 연구
미술관은 재료 샘플과 연구 자료를 통해 제작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디진의 취재에서 큐레이터 다미안 포프는 온라인에 널리 유통된 이미지 너머로, 작업실의 시험과 시제품·제작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위해 만든 짧은 다큐멘터리와 출판물도 그 과정을 다룬다.
이 장치들은 물체의 표면을 한 번 감탄하고 지나가는 감상에 다른 단서를 더한다. 투명한 재료의 색이 자체에 들어 있는지, 뒤의 배경이나 거울과 겹친 것인지, 조명이 바뀌어 나타나는 것인지를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미술관은 그의 가구로 꾸민 라운지도 마련해 전시 안에서 잠시 쉬는 자리를 제안했다. 물건의 외관과 공간에서의 사용을 함께 놓는 구성이다.
빛과 색은 여러 해의 물건을 한 줄의 연대기로 묶는 대신, 재료와 빛이 서로 작용하는 장면으로 다시 편집한다. 반복한 조명, 거울에 비친 움직임, 물결과 광원이라는 다른 방식들이 샘플·연구 자료와 함께 한 공간에 모였다.
ARCH.B 의견
이 전시를 읽는 데 유용한 기준은 빛을 받는 물체와 그 바깥의 조건을 함께 보는 것이다. 로쿰 테이블을 바라보는 높이와 방향, 터널을 걷는 몸의 위치, 물결 위를 움직이는 광원이 각각 결과를 바꾼다. 조형물의 특징을 재료명과 색상표에만 적어 두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특히 시리즈 조명을 새로운 전시장에 배치한 작업은 물건을 새로 발명하는 일과 이미 있는 물건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준다. 반복할 개수와 거울의 자리, 통과할 길이 달라지면 제품을 보는 방식도 달라진다. 샘플과 제작 기록까지 함께 볼 때 이 전시는 반짝이는 결과의 모음에서 재료와 배치의 결정을 비교하는 장소로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