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선보인 모듈형 공공 인프라
네덜란드 건축 설계사무소 MVRDV와 스페인 바르셀로나 기반의 건축 콘크리트 전문 제조사 에스코펫(Escofet 1886 S.A.)이 도시 공공 공간을 위한 모듈형 가로 시설물 '바코드 컬렉션(The Barcode Collection)'을 공식 론칭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MVRDV의 공동 창립자인 야코프 판 레인스(Jacob van Rijs)가 설계를 주도했으며, 2026 바르셀로나 세계 건축 수도 협력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몰린스 토크(Molins Talks) 행사 기간 중 미스 반 데어 로에 파빌리온(바르셀로나 파빌리온)에서 실물이 전시되었습니다.
기존 도시 행정이 가구 공급업체의 완제품 카탈로그에서 단일 벤치를 골라 정형화된 간격으로 배치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바코드 컬렉션은 공간의 성격과 규모에 맞춰 조립할 수 있는 건축적 인프라를 표방합니다. MVRDV와 몰린스 그룹 산하의 에스코펫은 광장과 가로를 '도시의 거실(living room of the city)'로 재정의하고, 보행자가 인프라를 정해진 규칙 없이 직관적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점유하도록 이끄는 데 개발 초점을 맞췄습니다.
세 가지 기본 모듈과 기하학적 결합 방식
바코드 컬렉션의 핵심은 트리뷴(Tribune), 듄(Dune), 데스크(Desk)라는 세 가지 기본 모듈의 기하학적 결합에 있습니다. 세 모듈은 상호 호환성을 위해 80센티미터라는 통일된 높이 기준을 따르며, 선형 결합을 통해 바코드 패턴을 연출하거나 등을 맞대고 측면을 연결해 섬 형태의 독립된 휴게 구역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트리뷴은 계단형 구조를 지녀 보행자가 기어오르거나 걸터앉아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240×200×80센티미터 규격(중량 3,070킬로그램)의 모듈이며 식재홀을 결합할 수 있는 사양(중량 2,940킬로그램)을 함께 갖췄습니다. 듄 모듈은 완만한 경사면을 지녀 기대어 눕거나 몸을 기댈 수 있는 240×200×80센티미터 기본형(3,475킬로그램)과 식재홀형(3,343킬로그램), 200×120×80센티미터의 확장형(3,436킬로그램)으로 세분화됩니다. 데스크 모듈은 테이블과 벤치가 합쳐진 200×120×80센티미터 크기의 세트(2,105킬로그램)뿐만 아니라 폭 53센티미터의 벤치(925킬로그램)와 폭 67센티미터의 테이블(1,180킬로그램)로 분리 적용이 가능해 야외 작업이나 식사 공간을 지원합니다.
소재 배합과 72가지 맞춤형 선택 옵션
에스코펫의 콘크리트 주조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이 컬렉션은 식재 공간 결합 여부, 경사면의 배치 방향, 가구 단독 및 분리 배치 조건에 더해 총 여덟 가지 표면 마감 및 색상 옵션을 지원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공간 설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조합은 총 72가지에 이릅니다.
색상 체계는 에칭 처리된 화이트, 베이지, 레드, 그레이, 블랙의 기존 5종과 새롭게 추가된 그린 및 옐로우, 그리고 순환 자원인 재활용 골재를 적용한 에코 그레이(Eco-Grey) 배합으로 구성됩니다. 친환경 골재 배합 옵션은 재활용 골재를 사용한다는 제조사 설명에 근거합니다. 특정 현장의 탄소 저감 목표나 규정 충족 여부는 제품 시험자료와 프로젝트 조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단일 기물을 넘어선 지형학적 공간 전환 전략
바코드 컬렉션이 제시하는 실무적 의의는 가로 가구를 개별 조달 품목이 아닌 건축적 지형(Landscape)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공공 벤치는 앉는 행위만을 일방적으로 규정하며 다른 행위의 발생을 배제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반면 계단과 사면, 데스크가 동일 높이 선상에서 결합되는 시스템은 보행자에게 눕기, 작업하기, 모이기, 관찰하기 등 행위의 주도권을 되돌려줍니다.
이러한 모듈형 지형은 대규모 광장이나 차량 통행이 제한된 보행 전용 지구에서 보행 동선을 자연스럽게 분할하거나 머무름을 유도하는 완충 지대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식재홀 결합 모듈을 통해 녹지 인프라와 벤치를 하나의 콘크리트 매스로 통합하는 방식은 지상부 점유 면적을 효율화하고 유지관리 동선을 단순화하는 실무적 이점을 제공할 것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도시 공간 적용 시 마주할 실무적 과제
이 시스템의 도입을 검토하는 도시 계획 및 조경 실무자라면 모듈의 하중과 기초 지지력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듈당 무게가 최소 900킬로그램대에서 최대 3.4톤에 육박하는 육중한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이므로, 하부에 지하철이나 주차장 등 지하 구조물이 위치한 인공지반 상부 광장에서는 하중 분산 설계가 필수적인 선행 조건이 됩니다.
아울러 현재 공개된 자료에는 개별 모듈의 단가나 생산 리드타임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영구 설치된 실제 완공 현장 정보도 부재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빗물 배수 구배와의 간섭, 야외 오염 물질에 대한 에칭 콘크리트의 방오성 유지, 크레인 접근이 제한된 협소 가로에서의 양중 가능성 등 유지관리와 시공성 측면의 현실적인 요소들을 현장 조건에 맞춰 면밀히 검증하는 절차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Dezeen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MVRDV designs modular concrete street furniture to be occupied in "unexpected ways"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