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의 흙과 파산한 첨단기술의 결합, 라엘 산 프라텔로가 증명한 ‘급진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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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zeen 기반 · 2026년 10월 1일 · 5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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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샌프란시스코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에서 열린 라엘 산 프라텔로의 대규모 회고전은 흙과 폐기물, 3D 프린팅과 사회적 행동주의를 융합하며 현대 건축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물질적·정치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 오클랜드 기반 스튜디오 라엘 산 프라텔로의 20여 년 작업을 집대성한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이 샌프란시스코 YBCA에서 개막했다.
  • 현장에서 생흙으로 3D 프린팅한 파빌리온 〈성소〉와 폐빗자루 지붕의 〈더 워크숍〉 등 파격적인 재료 실험작들이 공개되었다.
  • 미국-멕시코 국경의 〈시소 벽〉과 오픈소스 시위 포스터 등 건축을 분열에 맞서는 유희적 실천의 장으로 확장해 온 궤적을 조명한다.
원시의 흙과 파산한 첨단기술의 결합, 라엘 산 프라텔로가 증명한 ‘급진적 상상력’
이미지 제공: Dezeen · 원출처 기사

20여 년의 실험을 집대성한 회고전, 샌프란시스코 YBCA 개막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위치한 예르바 부에나 예술센터(YBCA)에서 디자인 스튜디오 라엘 산 프라텔로(Rael San Fratello)의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라엘 산 프라텔로: 프로토타입과 도발(Prototypes and Provocations)》이 2026년 9월 25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2002년 로널드 라엘과 버지니아 산 프라텔로가 오클랜드를 기반으로 설립한 이 스튜디오는 지난 20여 년 동안 디지털 적층 제조 기술과 천연 토착 재료, 그리고 사회적 실천을 결합한 급진적 작업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의 대표 구조물과 실물 프로토타입, 모형, 아카이브 영상 등을 총망라한 중견 회고전이다. 기획을 맡은 르네 모랄레스 객원 큐레이터는 이들의 작업이 인간 중심의 가치와 끊임없는 유희적 실험 정신에 뿌리를 둔 '급진적 상상력'의 힘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전시는 건축과 사회적 실천, 전통과 현대 기술, 시학(poetics)과 행동주의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대안적 미래를 구축하는 도구들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원시의 흙과 파산한 첨단 튜브가 빚어낸 기념비 〈성소〉

전시장의 핵심 공간에는 대형 파빌리온 신작 〈성소(Sanctuary)〉가 자리 잡고 있다. 이 원통형 구조체는 전시 현장에서 로봇 팔을 이용해 흙, 짚, 물의 혼합물을 100% 3D 프린팅하여 축조되었다. 상부 돔 개구부에는 주변을 비추는 거울 표면의 팽창식 구체가 얹혀 있어 관람객들이 내부로 진입할 때 독특한 공간감을 체감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흙벽 곳곳에 박힌 유리 튜브들이다. 이는 2011년 파산한 실리콘밸리 청정기술 기업 솔린드라(Solyndra)의 폐기된 태양광 패널 튜브를 수거해 채광창으로 재활용한 것이다. 스튜디오 측은 인류가 1만 년 동안 흙을 은신처로 사용해 온 역사와 첨단 에너지 산업의 실패 흔적인 폐자재를 병치함으로써, 현대 문명에서 무엇이 영속하고 무엇이 폐기되며 무엇이 재생의 기회를 얻어야 하는지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서울의 폐빗자루부터 산불 재까지, 순환 재료의 프로토타입

예술센터 커미션 신작인 〈더 워크숍(The Workshop)〉은 일상 폐기물과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의 결합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구조물의 지붕은 서울의 한 전시에서 수거한 재활용 빗자루 모로 덮여 있으며, 물결 모양의 외벽은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인 PLA 필라멘트로 3D 프린팅되어 작은 식물을 기를 수 있는 플랜터 박스를 품고 있다.

또한 전시장 테이블에는 주변 환경에서 채취한 다채로운 부산물로 출력된 3D 프린팅 오브제들이 줄지어 놓였다. 커피 찌꺼기, 샤르도네 포도 껍질, 캘리포니아 산불 이후 수습한 재, 제염 부산물 소금과 톱밥 등 통상적인 건축 자재와 거리가 먼 물질들이 적층 제조 기술을 거쳐 정교한 조형물로 탈바꿈했다. 이는 지역에서 조달 가능한 폐기물 스트림을 새로운 물리적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경계를 허무는 유희, 국경 시소와 행동주의 디자인

라엘 산 프라텔로는 물리적 건축물 축조에 머물지 않고 국경과 사회적 갈등 현장에 직접 개입해 왔다. 2019년 7월 미국 선랜드파크와 멕시코 시우다드후아레스 사이의 국경 장벽 틈새에 설치되어 양국 시민들이 함께 탔던 분홍색 시소 〈시소 벽(Teeter-Totter Wall)〉의 실물과 기록물이 전시장 한 축을 차지했다. 이 작업은 날선 대립의 장벽을 놀이와 연대의 장으로 전환하며 2020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 비즐리 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공기를 주입하면 임시 대피소로 변형되는 타이벡(Tyvek) 소재의 외투, 트럼프 행정부의 가족 분리 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부모와 아이가 마주 달리는 형상을 오픈소스로 배포한 시위용 포스터 〈REUNITE〉도 전시되었다. 과거 콜로라도에서 진행한 토착 흙 3D 프린팅 실험인 〈Mud Frontiers〉와 다육식물이 자라는 육각형 셸터 역시 스튜디오가 견지해 온 사회정치적 실천의 궤적을 보여준다.

ARCH.B 분석

하이테크와 로테크의 역설적 충돌, 건축 실무를 향한 제언

라엘 산 프라텔로의 작업은 고도화된 로봇 공학 및 3D 프린팅 기술이 반드시 값비싸고 규격화된 첨단 신소재만을 지향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산업 폐기물과 주변의 흙, 유기농 부산물처럼 탄소 발자국이 낮고 버려진 물질을 디지털 패브리케이션에 접목할 때 기술은 기술 독점의 영역을 넘어 생태적 회복력과 공동체의 자급자족을 돕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작업이 미술관 파빌리온 형태의 일회성 시연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도시 건축 규제와 내구성 기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배합 데이터와 구조 안정성에 대한 체계적인 엔지니어링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던지는 유희적 도발은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분열 속에서 현대 건축 실무가 어떤 물질적 상상력과 윤리적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명확한 나침반을 제공한다.

출처

Dezeen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San Francisco exhibition explores the "radical imagination" of Rael San Fratello (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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