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위치한 MU 하이브리드 아트 하우스에서 공개된 ‘에브리싱 모이스트 심스 얼라이브’는 물을 담는 동시에 흘려보내고 공기 중으로 증발시키는 물리적 순환을 구현한 대형 설치 작업이다. 패션과 공간 연출을 아우르는 메종 더 포와 스튜디오 보리스 아켓이 MU, 네덜란드 국립오페라·발레와 협력해 어두운 실내 공간 안에 물 구조물과 영상, 성악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10월 22일 디진의 현장 소개는 단일한 조형물을 감상하는 형태를 벗어나 전체 방이 하나의 살아 있는 순환 시스템처럼 작동하도록 기획되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건축과 실내 인테리어 환경에서는 마감재 뒤편으로 철저하게 은폐되던 급배수 배관이 이곳에서는 전시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며 장치들을 연결하는 투명한 선으로 전면에 노출된다. 관람자는 완성된 개별 조각품을 정적으로 응시하는 대신, 투명한 배관 내부를 따라 액체가 이동하는 물리적 궤적을 시선으로 쫓게 된다. 물을 이동시키는 기계 펌프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조의 파동, 낙수 등의 결과가 동일한 시야 안에서 연속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물질의 시작과 끝을 함께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관람자를 관조적인 구경꾼의 자리에 머물게 두지 않고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물질 순환의 물리적 일부로 끌어들인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는 물줄기와 투명한 관로는 실내 설비가 그 자체로 공간의 형태를 결정하는 주요한 골격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제작진은 완성된 결과물로서의 물체보다 장치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액체의 시간적 궤적을 감상의 중심에 둔다.
다섯 개 장치가 보여주는 물질의 상태 변화
전시장 내부에는 ‘The Well’, ‘The Womb’, ‘The Whirl’, ‘The Wake’, ‘The Waterfall’이라는 명칭을 가진 다섯 개의 물 구조물이 자리 잡고 상호 연동한다. 중심에 위치한 원형 수조에서 펌프 장치를 통해 끌어올려진 물이 배관을 타고 분기되며, 흰 천을 품고 있는 장치로 유입되어 수류의 물리적 힘으로 천을 계속해서 회전시킨다. 또 다른 분기 지점에서는 뜨겁게 가열된 금속판 위로 액체가 떨어져 순간적으로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변환되며 전시장의 대기 속으로 흩어진다.
일정한 주기로 잔잔한 낙수를 떨어뜨리던 워터폴 장치는 특정한 시점에 도달하면 모아두었던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역동적인 폭포의 장면으로 극적인 전환을 이룬다. 다섯 장치가 서로 다른 고체 재료를 나열해 시각적 다양성을 추구하기보다, 동일한 물이라는 물질의 흐름과 상태를 물리적으로 변형시키는 방식에 집중한 점이 구조의 본질이다. 수조에 고여 있을 때의 묵직한 중량감과 회전하는 천을 밀어낼 때의 유속, 증기로 기화되어 경계가 흐려질 때의 확산이 한 방 안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전시 제목에서 언급되는 ‘살아 있는 듯한’ 감각은 고정된 조각품의 시각적 형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장치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차와 물질의 상태 전이에서 생성된다. 관람자는 한 구조물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다른 구조물에서 낙수나 증기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공간 전체가 유기체처럼 호흡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의 순환은 분절된 기계 작동이 아니라 연속된 상태의 변주로 완결된다.
합창이 작동의 시간을 정하는 방식
프리다 구스타프스는 물의 리듬과 소리를 바탕으로 성악 구성을 만들었다. 네덜란드 국립오페라·발레는 3성부 합창의 목소리가 물을 불러내고 기계 시스템을 활성화한다고 설명한다. 이는 노래와 장치의 작동을 연결한 구성이지, 사람의 목소리가 펌프에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공급한다는 뜻은 아니다. 공개 소개만으로는 감지 장치와 제어 신호의 세부까지 확인되지 않는다.
배관의 외벽과 연결 부위에는 파리 건축물의 가고일 형상에서 착안한 금속성 장식이 결합되어 독특한 시각적 긴장감을 부여한다. 디진의 취재에 따르면 이 장식물들은 3차원 프린팅 기술로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과거 고딕 건축에서 빗물을 모아 건물 외벽 밖으로 흘려보내던 가고일 본래의 배수 기능과 관로의 물리적 역할을 상징적으로 겹쳐놓는다. 배관 위쪽으로는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인물 형상의 영상이 함께 투사되어 물질과 신체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조형적·음악적 배치의 바탕에는 아스트리다 네이마니스의 하이드로페미니즘 이론이 깔려 있다. 제작진은 인간의 신체를 외부 환경과 단단한 피부로 단절된 닫힌 개체로 보지 않고, 물의 순환에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공성의 열린 체계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전시가 관람객에게 제안하는 철학적 태도이며, 이 설치물이 수자원이나 환경 오염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한다는 식의 기능적 성과 주장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같은 물을 옮기되 다른 시간이 생긴다
배관 속 이동, 회전하는 천, 증발, 한꺼번에 떨어지는 물은 같은 재료를 사용하지만 같은 사건은 아니다. 연속해서 흐르는 물은 다음 위치를 따라 보게 하고, 물을 모았다가 쏟는 장치는 기다리는 시간을 만든다. 가열된 판에서의 증발은 액체의 경계를 시야에서 흩어지게 한다. 다섯 조각의 형태보다 물을 언제 어떤 상태로 드러내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합창이 놓이면 음악은 장면에 감정을 덧붙이는 역할과 작동의 시점을 알리는 역할을 함께 맡는다. 관람자가 듣는 변화와 눈앞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어떻게 만나는지가 감상의 한 단위가 된다. 물리적인 이동, 상태 변화, 공연의 진행을 구별하면 설치의 은유를 이해하면서도 제어 기술을 임의로 추정하지 않을 수 있다.
제작 체계를 살펴보면 메종 더 포가 전체 개념과 퍼포먼스를 총괄했고, 스튜디오 보리스 아켓이 공간 설치와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맡았으며, MU는 전시기획과 연구를 담당했다. 소리와 무대, 조형 기술이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순환 장치라는 공통 목표 아래 결합된 공동 제작의 전형이다. 개별 창작자의 서명보다 서로 다른 매체가 어떻게 물리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는지가 전면에 나타난다.
9월 11일과 13일 암스테르담 스튜디오 부크만의 프리뷰는 성악 구성과 제작 중인 설치를 먼저 소개했다. 완성 설치의 MU 초연은 10월 9일로 안내됐다. 소리를 듣는 프리뷰와 여러 물 장치가 놓인 본 전시는 공개된 범위가 다르다. 아인트호벤 관광 안내는 전시 종료일을 2027년 1월 3일로 제시한다.
ARCH.B 의견
이 설치에서 배관은 완성된 조각 뒤에 숨은 보조 설비가 아니라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선이다. 물이 어디서 와서 다음 어디로 가는지 따라보는 일이 곧 공간의 관계를 읽는 일이 된다. 물의 경로와 합창의 시간을 함께 드러낸 점이 개별 오브제의 형태보다 오래 살필 부분이다.
프리뷰와 본 전시의 차이는 협업을 읽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성악을 먼저 접하는 자리와 물·열·조형이 결합한 전시는 같은 작품의 다른 단계를 보여준다. 이 과정을 주거 설비의 대안으로 곧바로 옮기기보다, 기능을 드러내는 방식이 어떤 관찰과 기다림을 만드는지 묻는 편이 작업의 성격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