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성을 탈피한 일본 문화의 재해석: 데님이라는 렌즈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금융 중심지인 333 베이 스트리트, 베이 애들레이드 센터 베이스에 모던 재패니즈 스테이크하우스 '신지(Shinji)'가 문을 열었다. 운영사인 할로 엔터테인먼트(Harlo Entertainment)와 총괄 셰프 지아 조우(Jia Zou)가 협력하고, 토론토 기반의 디자인 스튜디오 오다미(ODAMI)가 인테리어 설계를 맡은 이 공간은 통상적인 일식당의 시각적 문법을 전면 재검토했다.
오다미의 공동 창립자인 아란차 곤살레스 베르나르도와 마이클 포링은 밝은 목재 루버, 전통 창호인 쇼지 스크린, 노렌 등 서구권 일식 인테리어에 흔히 소비되던 시각적 장치들을 배제했다. 대신 이들은 일본 현지 답사 과정에서 포착한 데님(Denim) 산업의 미학에 주목했다. 워크웨어의 실용성과 장인정신, 하이패션의 정제미가 공존하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고유의 파티나(patina)를 형성하는 데님의 물성을 설계 전반의 개념적 렌즈로 설정한 것이다.
도심의 속도를 늦추는 진입 시퀀스와 직조 질감의 천장
신지의 공간 경험은 외부 도로와 내부 홀을 잇는 진입 동선에서 시작된다. 디자이너들은 토론토 금융가의 분주한 보행 흐름에서 홀로 곧장 진입하도록 두는 대신, 파란색으로 착색된 목재와 흡음 패널로 둘러싸인 완만한 경사로(램프)를 구축했다. 이 전이 공간은 방문객의 이동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추며 외부의 번잡함을 차단하고 내부 다이닝 공간에 대한 시각적 기대감을 유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경사로를 통과해 마주하는 메인 다이닝 홀의 벽면과 천장은 수작업으로 마감된 짙은 인디고 색조의 라임워시(회반죽 도장)로 뒤덮여 있다. 균일한 페인트 마감 대신 먹물이나 천연 염색 직물의 질감을 연상시키는 텍스처를 구현했다. 천장부에는 직조 섬유의 결을 본뜬 네이비 펠트 흡음 배플(Acoustic baffles)을 매달고, 그 아래로 정돈된 선형 펜던트 조명 어레이를 결합해 높은 층고가 주는 공허함을 아늑하고 응집력 있는 공간감으로 정돈했다.
천연 석재와 오픈 그릴 중심의 공간 레이아웃
공간의 중심축은 기존 북미 레스토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류 바 중심의 배치에서 벗어나 셰프의 조리 행위를 전면에 내세우는 오픈 그릴로 설정되었다. 솔리드 스톤(Solid Stone Inc.)의 가공 기술과 카본 빌딩 그룹(Carbon Building Group)의 시공이 결합된 롱 셰프 카운터는 묵직한 천연석으로 마감되었으며, 그 배후로 로바타 그릴이 배치되어 조리 과정이 하나의 시각적 퍼포먼스로 작동한다.
가구 및 디테일 마감에서도 가식적인 장식보다는 재료 본연의 진정성이 강조되었다. 무늬목 대신 현지산 물푸레나무(Ash wood) 원목을 구조 및 좌석에 적용했고, 바 상판과 주요 표면에는 인조 마감재 대신 천연석과 테라조 포슬린을 사용했다. 한편, 묵직하고 차분한 인디고 톤의 홀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도록 화장실 복도는 고채도의 핑크빛 네온 조명으로 채워져 일본 대도시의 야간 네온 문화를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소재의 진정성과 음향 건축이 만들어내는 환대성
신지의 인테리어는 상업 F&B 공간에서 '콘셉트의 시각화'가 표피적 장식을 넘어 어떻게 공간적 실체로 체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오다미가 선택한 인디고 라임워시와 물푸레나무 원목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마모되고 손때를 타며 깊이를 더해가는 데님의 에이징 특성을 물성적으로 치환하려는 실무적 시도로 읽힌다.
특히 도심 복합 오피스 빌딩 저층부에 위치한 레스토랑의 고질적 한계인 소음 문제를 펠트 배플과 진입로 흡음재로 선제 대응한 점은 기능성과 조형미를 결합한 모범적 해법으로 보인다. 단단한 석재와 회반죽 벽체가 다수를 차지하는 공간에서 직조 질감의 흡음 구조물은 잔향을 제어하고 대화의 친밀도를 높이는 실무적 장치로 작동하며, 이는 파인다이닝의 체류 경험을 물리적으로 완성하는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지역적 오리엔탈리즘을 탈피하는 현대 F&B 공간의 전략
글로벌 대도시의 에스닉 다이닝 인테리어는 종종 특정 문화권의 전통 기호를 단편적으로 차용하는 오리엔탈리즘적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신지 프로젝트는 특정 국가의 전통 양식을 그대로 복제하는 대신, 그 문화의 현대적 생산물인 장인 데님과 도시의 야간 조명이라는 하위문화를 추상화된 색채와 질감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진입부의 감속 램프에서 깊은 심해 같은 다이닝 홀로, 그리고 돌발적인 핑크 네온 복도로 이어지는 극적인 명암 및 채도 대비는 공간 내러티브를 지루하지 않게 직조하는 세련된 기법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문화적 기호를 일차원적 상징이 아닌 질감, 음향, 조명 시퀀스로 승화시키는 접근 방식은 현대 상업 공간 디자이너들에게 클리셰를 극복하는 유효한 실무 전략을 시사한다.
출처
Design Milk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A Modern Japanese Steakhouse Drenched in Denim Hues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