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4천 개의 점판암 조각으로 지은 옷, 볼레박의 실험적 외투 '록 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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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zeen 기반 · 2026년 10월 2일 · 6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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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실험 의류 브랜드 볼레박이 프랑스 재료 공학자 스티븐 르프리제와 손잡고 5만 4,000개의 미세 점판암 타일을 결합한 단 한 벌의 외투 '록 재킷'을 선보였습니다.

  • 5mm 규격의 미세 점판암 타일 5만 4,000개를 신축성 네오프렌 기재에 가압 접착하여 유연한 휨을 구현했습니다.
  • 탄성 목재 기법인 '우우드'를 암석에 맞게 변형하고 스위스 3M 엔지니어와 협력해 50단계 공정을 완성했습니다.
  • 쉽게 버려지는 패스트패션에 맞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풍부한 광물을 영구적인 의복 소재로 제안합니다.
5만 4천 개의 점판암 조각으로 지은 옷, 볼레박의 실험적 외투 '록 재킷'
이미지 제공: Dezeen · 원출처 기사

5만 4,000개의 슬레이트 조각이 만든 유연한 외투

영국의 실험 의류 브랜드 볼레박(Vollebak)이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광물 중 하나인 암석을 전면에 내세운 독특한 외투 '더 록 재킷(The Rock Jacket)'을 공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공상과학(SF) 분위기를 풍기는 크롭 해링턴 재킷 형태로, 표면 전체가 가로 5밀리미터, 세로 5밀리미터, 두께 0.5밀리미터 크기의 초미세 슬레이트(점판암) 타일 약 5만 4,000개로 덮여 있습니다. 단 1벌만 제작된 원오프(one-off) 쇼피스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되었으며, 공식 가격은 5만 파운드로 책정되었습니다.

볼레박은 앞서 그래핀, 구리선, 다이니마(Dyneema) 섬유를 비롯해 25만 개의 호두나무 조각으로 만든 목재 재킷, 균사체 의류 등을 선보이며 의복 소재의 한계에 도전해 온 브랜드입니다. 볼레박의 공동 창립자 닉 티드볼(Nick Tidball)은 목재와 금속, 균사체에 이어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암석을 다음 도전 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돌로 옷을 만들 수 있다면 다른 소재는 훨씬 쉽게 다룰 수 있을 것이라며, 암석이야말로 의류의 새로운 미개척 분야라고 강조했습니다.

우우드 기술의 확장과 50단계 정밀 공정

이번 재킷 제작은 프랑스의 재료 공학자이자 캐비닛 메이커인 스티븐 르프리제(Steven Leprizé, ARCA 스튜디오 대표)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르프리제는 앞서 볼레박의 목재 재킷 제작에 쓰였던 탄성 목재 상감 기법인 '우우드(WooWood)' 기술을 점판암 특성에 맞추어 변형했습니다. 우우드는 신축성 막 위에 미세 목재 조각을 배열해 비틀림과 휨을 구현하는 기법인데, 이를 돌 조각에 적용하여 단단한 광물이 마치 금속 시계줄이나 직물처럼 유연하게 구부러지도록 유도했습니다.

제작진은 엽리(cleavage planes)를 따라 얇게 쪼개지는 점판암의 변성암 특성을 이용해 약 100센티미터 곱하기 50센티미터 크기, 0.5밀리미터 두께의 박리 시트 원판을 마련했습니다. 재킷 한 벌을 완성하는 데 이러한 시트 패널 5장이 사용되었습니다. 맞춤형 기계와 정밀 레이저 절단을 통해 수만 개의 정확한 사각형으로 타일을 나누는 작업을 포함해 총 50단계의 공정이 소요되었습니다. 르프리제는 재킷이 신체 굴곡에 맞춰 구부러질 수 있도록 만드는 레이저 절단 단계가 공정 전체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ARCH.B 분석

패스트패션의 한계를 겨냥한 수억 년의 시간성

볼레박의 이번 실험은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 현대 의류 산업의 소비 패턴에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합성섬유에 기반한 현대 의복은 생산과 폐기가 매우 빠르게 순환하며 심각한 환경 부하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형성되는 데 수억 년이 걸린 점판암을 의복의 외피로 선택한 것은,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의류 문화에 대항해 가장 오래된 무기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려는 의도로 읽힙니다.

지구상에 널리 매장된 암석은 별도의 합성 공정 없이도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존재하는 자원입니다. 볼레박이 이를 잠재적 대안 소재로 조명한 것은, 친환경 담론이 주로 유기물이나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에만 집중되던 패션계의 시야를 광물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효과를 낳습니다. 비록 현재 단계에서는 고가의 쇼피스에 머물러 있지만, 의류의 수명을 수십 년 혹은 세대를 넘어설 수 있는 영구적 오브제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디자인 철학적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아 보입니다.

비봉제 접합 방식과 상용화를 둘러싼 실무 과제

돌이라는 단단한 재료의 특성상 전통적인 바늘과 실을 사용한 재봉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작진은 스위스 3M 엔지니어들과 협력해 신축성이 뛰어난 네오프렌 베이스 레이어 위에 미세 점판암 타일을 가압 결속하는 특수 접착 공정을 구축했습니다. 바느질이 들어갈 수 없는 이음매에는 테이프드 심(Taped seams) 마감 방식을 적용했으며, 내구성이 필요한 주머니와 전면 여밈에는 코듀라(Cordura) 원단과 지퍼를 조합했습니다.

볼레박은 향후 2년 안에 상용화가 가능한 양산형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닉 티드볼은 원자재 수급부터 재료 가공, 접착, 패턴 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작 단계에서 심각한 난관에 부딪혔으며, 프로젝트가 무산될 뻔한 순간이 수없이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다만 상용화 목표에도 불구하고, 일상 착용 시 외부 충격에 따른 타일 파손이나 탈락률, 세탁 및 유지관리 방법, 구체적인 판매 가격대와 양산 수량 등 실질적인 기술 지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ARCH.B 분석

건축적 물성과 의류 디자인의 경계 붕괴

흥미롭게도 이번 록 재킷은 최근 건축 분야에서 돌을 현대적 구조재로 재발견하는 흐름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런던 도심에 천연 석재 외골격을 적용한 고층 건물이 등장한 것처럼, 무겁고 원시적인 것으로 여겨지던 석재가 첨단 가공 기술을 만나 현대적인 외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입니다. 볼레박의 시도는 건축의 재료로 통용되던 암석의 물성을 인체라는 최소 단위의 공간을 감싸는 외피로 치환한 실천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물론 실무적 관점에서 볼 때 석재 의류가 단기간에 보편적 직물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세 타일 사이의 틈새로 인한 방풍·방수 취약성이나 마찰 시 기재 네오프렌과의 박리 위험 등 현실적인 기술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단계의 정밀 공정과 이종 소재 접합 기술을 축적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웨어러블 외골격이나 특수 방호복처럼 내구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기능성 의류 산업에 새로운 융합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Dezeen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Vollebak creates Rock Jacket from 54,000 slate tiles (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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