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색의 경계를 넘어 확장된 시각적 탐구, 'RGB-Not'
이탈리아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 듀오 카르놉스키(Carnovsky, 프란체스코 루기와 실비아 킨타니야)가 새로운 디지털 프린팅 벽지 컬렉션인 'RGB-Not'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은 스튜디오를 세계적인 주목도로 끌어올렸던 2010년 오리지널 'RGB' 프로젝트의 조형적 실험을 직접 계승하면서도, 색채 구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준 결과물이다.
과거 2010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첫선을 보였던 RGB 벽지가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빛의 삼원색에 집중하여 유색 조명과의 반응성을 모색했다면, RGB-Not은 이러한 제한된 색상 체계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났다. 대신 시에나(sienna), 포레스트 그린(forest green), 더스티 핑크(dusty pink), 코발트 블루(cobalt blue) 등 중간 톤의 다채로운 색조를 도입했다. 카르놉스키 특유의 투명도 조절과 이미지 중첩(overlapping) 레이어 기법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한층 풍부하고 다변화된 시각적 깊이를 전면에 구현해 냈다.
현대적 프레스코화로 재해석된 세 가지 환상적 풍경
카르놉스키는 이번 RGB-Not 컬렉션의 바탕에 깔린 핵심 조형 철학으로 '현대적 프레스코화(contemporary frescoes)' 개념을 제시했다. 스튜디오 측은 신작 벽지들이 고전 벽화 기법인 프레스코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실내 벽면을 미지의 환상 세계나 마법에 걸린 숲, 몽환적인 정글로 열어젖히는 하나의 거대한 창(window) 역할을 수행하도록 고안되었다고 설명한다.
컬렉션은 구체적으로 세 가지 풍경 시리즈로 나뉘어 구성된다. 대지의 신비로운 파노라마를 담아낸 파에사조(PAESAGGIO), 원시림의 식생을 밀도 있게 직조한 준글라(GIUNGLA), 그리고 야생 동물들의 형상을 숲과 결합한 준글라 & 파우나(GIUNGLA & FAUNA)가 그것이다. 각각의 시리즈는 고유한 색채와 겹침 구조를 통해 이세계적 분위기를 자아내며, 건물의 벽면을 단순한 물리적 경계가 아닌 서사적인 예술 표면으로 탈바꿈시킨다.
디지털 프린팅 부직포 사양과 맞춤형 생산 체계
소재와 제작 공정 면에서 RGB-Not 벽지는 고급 인테리어 환경에 적합하도록 정교한 디지털 프린팅 기법을 적용했다. 바탕 소재로는 내구성과 시공성이 우수한 부직포(non-woven material)가 채택되었으며, 이를 통해 섬세하게 중첩된 그래픽 도안과 깊이 있는 색조를 선명하게 인쇄해 낸다.
제품의 규격은 너비 100cm(1,000mm) 폭의 롤 단위로 제공된다. 공장에서 일괄적으로 대량 생산되는 일반 기성 벽지와는 달리, 이번 컬렉션은 모든 주문에 맞춰 개별 생산되는 맞춤 제작(made-to-order)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롤당 길이나 반복 패턴(리핏) 단위, 판매 단가와 같은 세부적인 수치 정보는 대외적으로 일괄 공개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별 문의를 통해 디자이너와 협의하여 공급된다.
빛의 상호작용에서 자립적 회화 표면으로의 전환
디자인적 관점에서 이번 작업은 외부 조명 장치에 의존하던 공간 실험이 벽지 자체의 회화적 자립성으로 진화한 결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2010년 발표된 초기 RGB 프로젝트는 필터 조명의 색상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가 번갈아 나타나는 연출을 핵심으로 삼았기에, 조명 설비와의 긴밀한 연동이 필수적인 인터랙티브 설치에 가까웠다.
반면 RGB-Not은 조명이라는 인위적인 환경 조성 없이도, 겹쳐진 색조와 투명도 자체로 완성도 높은 시각 층위를 구축하는 방향을 취한다. 고전 프레스코화가 안료의 겹침과 바탕면의 조화를 통해 건축물 자체에 영속적인 시각적 깊이를 불어넣었듯이, 이 벽지는 현대적인 평면 인쇄 기술만으로 공간의 깊이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성공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현대 실무 공간 적용 시 고려할 점과 공간적 잠재력
인테리어 실무 환경에 RGB-Not과 같은 강렬한 그래픽 벽지를 적용할 때는 공간의 시각적 위계 설정이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안의 밀도와 겹침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공간 전체를 도배하기보다는 한쪽 벽면을 명확한 초점 영역(Focal Point)으로 지정하고, 주변 가구와 마감재를 차분하게 정돈하는 연출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폭 100cm의 롤 규격과 맞춤 주문 제작이라는 제품 특성상, 현장 시공 시 정밀한 패턴 조인트 일치와 마감 디테일이 완성도를 좌우할 것이다. 특히 개별 실측에 맞춰 출력이 이루어지는 특성을 감안할 때, 시공 전 벽면의 가로세로 비율과 개구부 위치를 계산하여 패턴 스케일을 스튜디오 측과 면밀히 조율하는 프로세스가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으로 판단된다.
출처
Dezeen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RGB-Not wallpapers by Carnovsky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