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 제어를 돕는 60초의 지연 장치 도입
토스뱅크가 2026년 9월 17일 미성년자 대상 부가 서비스인 '이자 받는 저금통'에 중도 출금을 까다롭게 만드는 '저금통 잠그기' 기능을 도입했다. 이 기능은 7세 이상 17세 미만의 청소년이 본인 명의 '토스뱅크 아이 통장'을 보유한 경우 1인 1계좌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가 저금통을 잠그면 잔액 전액에 대해 인출이 제한되며, 사전에 설정한 목표 금액을 달성해야 자동으로 잠금이 풀린다.
목표 금액에 도달하기 전 잔액을 꺼내려면 화면에 표시된 해제 버튼을 60초 동안 연속해서 길게 눌러야 한다. 토스뱅크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1분이라는 물리적인 '지연 시간(Friction)'을 사용자에게 강제함으로써 충동적인 인출 결정을 재고하도록 유도하는 행동경제학적 넛지(Nudge) 장치다. 2023년 10월 출시된 아이 통장은 누적 이용자 130만 명을 기록했고 이자 받는 저금통은 51만 좌 이상 개설된 상태다.
발달심리학적 결핍을 시스템 설계로 보완한 배경
이번 기능 기획은 단순한 인터랙션 추가가 아닌 발달심리학의 '이중 시스템 모델(Dual-system Model)'에 기반을 두고 출발했다. 사춘기 청소년은 감정과 즉각적 보상을 인지하는 신경망이 급격히 발달하는 반면, 충동 조절과 장기 계획을 실행하는 전두엽은 20대 초중반까지 완만하게 발달한다. 그 결과 저축 의지가 있어도 눈앞의 소비 유혹을 제어하기 어려운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된다.
실제 사용자 조사에서도 돈을 쓰고 나서 자책을 반복하거나 '목표를 채우기 전까지 돈을 못 꺼내게 막아달라'는 청소년 이용자의 요청이 다수 접수되었다. 토스뱅크 프로덕트 조직은 이를 개인의 의지 박약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디지털 인터페이스 차원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저항 요소를 직접 구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자기주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충동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설정하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재미와 처벌을 걷어내고 확립한 세 가지 UX 기준
기획 초기에는 화면 속 돼지저금통을 두드려 깨뜨리거나 주사위를 굴리고, 계좌번호를 암기해 입력하게 만드는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검토되었다. 그러나 프로덕트 디자이너 오주연은 어릴 적 저금통을 깨며 느꼈던 부끄러움이나 질책받는 듯한 감정에 주목했다. 시각적인 재미를 줄 수는 있지만, 정작 자신의 돈을 꺼내는 사용자에게 패배감이나 낙인을 남길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논의 끝에 세 가지 UX 설계 원칙을 도출했다. 첫째, 연령이나 문해력, 반응 속도에 따라 해제 난이도가 갈리지 않는 '공평성'이다. 둘째, 우는 그래픽이나 반성문 작성 요구처럼 인출을 잘못으로 치부하는 장치를 전면 배제하는 '죄책감 배제'다. 셋째, 타인의 승인 없이도 본인이 원하면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 보장'이다. 결과적으로 무거운 금속성 잠금 연출을 피하고 부드러운 그라데이션 UI와 지속 누르기 상호작용이 채택되었다.
부모 권한과 자기주도성 사이의 실제 시스템 경계
토스뱅크는 부모가 자녀 앱의 잠금을 임의로 해제할 수 없어 미성년자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안내한다. 공식 상품 안내서에 따르면 잠금 설정과 직접 해제 토글은 자녀의 모바일 기기 화면에서만 조작할 수 있다. 부모의 스마트폰 앱에서 자녀가 걸어둔 저금통 잠금을 직접 푸는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 시스템 및 법률 차원에서의 실제 경계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공식 상품 약관에는 부모가 자녀의 잠금 설정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저금통 잔액을 '토스뱅크 아이 통장' 모계좌로 출금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다. 미성년자에 대한 법정대리권 및 통장 관리 권한이 법적으로 유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잠금 기능은 자녀의 일상적인 충동 소비를 심리적으로 차단하는 화면 단위의 넛지일 뿐, 부모의 법적 자금 관리 권한까지 원천 차단하는 구속력은 갖지 않는다.
의도적 마찰 설계가 실무에 남긴 질문과 과제
디지털 서비스는 통상 클릭 수를 줄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최적화되어 왔다. 그러나 청소년 저금통 잠금 사례는 이용자의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마찰(Friction)을 늘리는 경험' 역시 중요한 제품 가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앱 사용 시간 제한이나 집중 모드처럼 청소년 및 디지털 과몰입 방지 솔루션을 설계하는 실무진에게 유효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데이터 검증은 아직 확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60초 누르기 인터랙션이 실제 청소년의 저축 유지 기간 연장이나 중도 인출 빈도 감소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정량적 사후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60초라는 대기 시간이 모든 연령대의 사용자에게 일관된 억제 효과를 내는지, 개인별 조정 가능성이 필요한지 등은 장기적인 운용 데이터를 통해 추가로 입증되어야 할 과제다.
출처
토스테크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사용자를 위해 일부러 어렵게 만드는 경험, 어디까지 괜찮을까?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