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신진 창작자들의 독립 쇼케이스, 'Find Attached'의 출범
2026년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독일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의 옛 목재 셔터 공장 얄루지파브리크(Jalousiefabrik)에서 제1회 《Find Attached》 전시가 열렸다. 이번 전시는 같은 시기 시 전역 60여 개 거점에서 분산형으로 출범한 제1회 디자인 축제 《Currents. Design in Berlin》과 연계하여 진행됐다.
기획은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출신 디자이너인 요나스 파울 슈피커(Jonas Paul Spieker), 미아 팔(Mia Pahl), 율 그로스(Jul Gross)가 맡았다. 주최 측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나 코펜하겐의 '3 Days of Design' 같은 대형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베를린 현지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독립적인 발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기화 냉각과 수작업 절수: 생활 인프라의 과감한 재해석
전시에 참여한 14팀의 프로젝트는 한정된 지구 자원 안에서 기능할 수 있는 최소주의적 대안을 제시했다. 디자이너 가랑스 프뢰브스팅은 전력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 자연 냉방 파티션 'MIDI'를 출품했다. 중앙에 절개선(슬릿)이 있는 패브릭 파티션에 일체형 수조를 연결해 직물을 적시고, 바람이 통과할 때 수분이 증발하며 주변 열을 빼앗는 원리를 응용했다.
미아 팔은 독일의 전통적인 약식 목욕 습관인 '고양이 세수(Katzenwäsche)'를 모티프로 삼은 2리터 용량의 세면대 'Hommage an die Katzenwäsche'를 선보였다. 끝없이 물이 나오는 수도관 대신 사용자가 직접 2리터 탱크를 채우고 사용 후 폐수를 모으는 방식을 채택해, 샤워 1회당 수백 리터에 달하는 물과 온수 가열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유도했다. 플로우 디자인 랩(Vloow Design Lab) 또한 폐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한 접이식 세면대를 통해 소형 주거 공간의 위생 시스템을 제안했다.
마감의 생략과 톱밥의 재활용: 가구 제조 산업의 에너지 질문
제조 공정 자체를 단축해 에너지를 줄이려는 시도도 공개됐다. 공동 기획자인 요나스 파울 슈피커의 가구 시리즈 'ImPerfekt'는 CNC 밀링 가공 과정에서 최종 표면 다듬질 단계를 의도적으로 건너뛰었다. 통상 거친 절삭 후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2차 공정에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시간과 전력이 투입된다는 점에 착안해, 거친 절삭면을 그대로 남겨 불완전한 마감의 수용 가능성을 시험했다.
에스메 빌렘선은 목재 가공 부산물인 톱밥을 바인더와 혼합해 3D 프린팅이 가능한 대체재를 연구하고, 이를 활용한 맞춤형 관(Coffin)을 제작했다. 디자이너 율리아 훈홀츠 역시 동일한 톱밥 기반 신소재를 적용한 모듈형 선반 시스템을 전시하며 폐목 분말의 순환 가능성을 실증했다. 한편 폴 리스는 고무 얼음틀로 제작한 스카프 등 기후 위기를 다룬 풍자 오브제를 통해 온난화에 대처하는 현대 사회의 모순을 꼬집었다.
개념적 프로토타입의 기술적 실효성과 검증 과제
전시작들이 던진 화두는 명확하지만, 상업적 양산이나 실제 생활 적용 단계에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공학적·환경적 한계가 존재한다. 증발 냉각 방식의 무전력 파티션은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습도가 높은 여름철 환경에서는 기화율이 급감해 냉각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며, 실제 와트(W) 단위의 냉방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절수 세면대 역시 샤워 1회당 176리터의 물과 6.1kWh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비교 수치가 제시되었으나, 이는 표준화된 장시간 온수 샤워를 가정한 추산치다. 절수형 샤워기나 개별 가구의 사용 패턴에 따라 실제 절감 폭은 달라질 수 있으며, 수도 배관 없이 수동으로 2리터 물을 보충하고 배수를 비워야 하는 구조는 일상적 편의성과의 타협을 전제로 한다.
또한 CNC 공정 단축 가구는 가공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거친 표면으로 인한 사용 안전성이나 내구성 저하에 대해 일반 소비자가 어느 선까지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을지는 향후 시장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탈산업화 도시 베를린이 선택한 비판적 디자인의 실무적 함의
전후 대형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베를린의 디자인 생태계는 대량생산 소비재를 개발하는 밀라노나 북유럽의 방식과는 다른 궤적을 걷고 있다. 대형 스폰서나 공공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 스튜디오들의 연대로 꾸려진 《Currents》 페스티벌과 《Find Attached》 전시는, 생산 효율과 외형적 완결성을 최우선시하던 기존 산업 디자인의 규범에 질문을 던진다.
실무 디자이너들에게 이번 전시는 자원 절약과 탄소 감축이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덧입히는 작업에 그치지 않고, 가공 공정의 과감한 생략이나 사용자 행동 양식의 변화를 유도하는 구조 설계에서 출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즉각적인 상용화 제품은 아닐지라도, '결핍 속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는(do more with less)' 비판적 프로토타이핑은 향후 친환경 제품 개발의 실질적 방법론으로 확장될 잠재력을 지닌다.
출처
Dezeen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Young Berlin designers do more with less at Find Attached exhibition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