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모더니즘의 기록: 시카고 에보니·제트 사옥의 실내를 담은 모노그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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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ilk 기반 · 2026년 10월 15일 · 6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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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출판사 MW 에디션스가 시카고 존슨 퍼블리싱 컴퍼니 옛 사옥의 실내 표면을 기록한 사진집을 발간했습니다. 주거 시설 개조로 실물 오피스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번 기록은 흑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구축했던 독자적인 1970년대 기업 공간의 가치와 한계를 조명합니다.

  • 시카고 도심 최초의 흑인 건축가 설계 빌딩인 존슨 퍼블리싱 사옥의 실내 아카이브 사진집이 2026년 10월 발간되었습니다.
  • 아서 엘로드와 윌리엄 레이저가 완성했던 11개 층의 과감한 색채와 기하학적 패턴은 2018년 주거용 개조 과정에서 대부분 해체되었습니다.
  • 외장재 파손과 리모델링으로 원형을 잃은 건축 유산을 사진 기록과 박물관 수장고의 파편으로만 복원할 수 있다는 보존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사라진 모더니즘의 기록: 시카고 에보니·제트 사옥의 실내를 담은 모노그래프
이미지 제공: Design Milk · 원출처 기사

출간 배경: 흑인 미디어 제국의 물리적 실체 기록

미국 출판사 MW 에디션스는 사진작가 바버라 카란트의 단행본 사진집 『820 Ebony/Jet: Visions of the Johnson Publishing Company, an American Icon』을 2026년 10월 13일 정식 발간했습니다. 정가 65달러로 출간된 이 도서는 총 240페이지 분량에 142점의 컬러 사진과 8점의 흑백 사진을 체계적으로 수록하고 있습니다.

기록 대상은 시카고 남 미시간 애비뉴 820번지에 자리 잡았던 존슨 퍼블리싱 컴퍼니의 옛 본사 건물입니다. 『에보니』와 『제트』를 발행하며 흑인 문화와 사회상을 전해온 출판사 사옥으로, 건축가 존 워런 무투사미가 설계를 맡아 1971년 준공된 뒤 1972년 5월 16일 공식 헌정식을 가졌습니다. 무투사미는 미스 반 데어 로에 문하에서 수학한 인물로, 대형 건축사무소 파트너에 오른 초기 흑인 건축가입니다.

창립자 존 H. 존슨의 의뢰로 완공된 지상 11층, 연면적 약 11만 평방피트 규모의 이 건축물은 시카고 다운타운 도심권에서 흑인 건축가가 설계하고 흑인 기업가가 발주해 세워진 최초이자 유일한 고층 빌딩이라는 독보적인 위상을 지닙니다.

디자인의 독창성과 공간의 시각 언어

존슨 퍼블리싱 사옥의 내부는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서 엘로드와 윌리엄 레이저가 도맡았으며, 존슨의 공동창립자 유니스 존슨이 전폭적으로 협력해 완성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획일적인 오피스 설계와 달리, 11개 층마다 각기 고유한 색상환을 부여하고 모더니즘과 아프로센트릭 디자인을 결합했습니다.

각 층에는 기하학적 패턴의 벽지와 볼드한 카펫, 거울 마감재가 다채롭게 도입되었습니다. 1층 로비 공간에는 모잠비크산 목재와 브론즈 패널이 시공되었으며, 조각가 리처드 헌트가 사옥을 위해 특별 제작한 장소 특정적 브론즈 조각 『Expansive Construction』(1972)이 설치되어 건축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10층에 설치되었던 에보니 테스트 키친은 마블링 패턴의 라미네이트 수납장과 과감한 색채를 혼합한 사이키델릭 인테리어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테스트 키친은 훗날 사옥 철거 위기에서 극적으로 구조되어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에 아카이브로 소장 등록되었습니다.

외장재 교체와 주거용 개조로 인한 실내 소실

준공 당시 건물 외벽은 틴티드 유리 띠와 함께 고급스러운 월넛 트래버틴 대리석으로 시공되었습니다. 그러나 다공성 천연석인 트래버틴은 시카고의 혹독한 겨울 기후와 동결 융해 사이클을 견디지 못하고 외벽 부식이 심각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안전과 내구성 문제로 인해 2005년 거의 동일한 색조를 지닌 화강암 패널로 전면 교체 시공되었습니다.

이후 인쇄 미디어 산업 침체로 존슨 퍼블리싱 컴퍼니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면서, 사옥은 2010년 컬럼비아 칼리지 시카고에 매각되었고 2012년 기업이 최종 퇴거했습니다. 건물은 2017년 시카고시 랜드마크로 지정되었으며 2018년 미국 국립사적지에 등재되었지만, 보호 조치는 주로 건물 외벽과 구조체 중심에 머물렀습니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2018년 사이 민간 개발업체에 의해 건물이 고급 임대 아파트로 개조되는 과정에서, 테스트 키친 등 일부 반출 공간을 제외한 오리지널 사무실 인테리어는 전부 철거되어 물리적으로 완전히 소실되었습니다.

ARCH.B 분석

빈 벽면을 응시한 렌즈: 잔존 표면의 시각적 기록

바버라 카란트의 사진 작업은 완성된 공간의 화려한 전성기를 담은 홍보물이 아니라, 사옥이 비워진 뒤 철거를 앞둔 상태를 응시한 시각적 기록입니다. 당시 컬럼비아 칼리지 강사로 재직하던 카란트는 2013년부터 출입 허가를 받아 집기가 반출된 빈 사옥을 2018년까지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가구와 집기, 상주 인력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에서 렌즈는 공간의 외피이자 잔존 표면에 집중했습니다. 기하학적 벽지, 바닥 카펫, 거울 벽면, 고정식 캐비닛 등 남아있던 마감재의 질감과 색채를 평면적으로 포착했습니다. 일부 리뷰가 '놀랍도록 온전한 인테리어'라고 수식하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철거 직전 껍질만 남은 공간의 마지막 잔해를 채록한 것입니다.

이러한 부재의 풍경은 오히려 사무 공간이 지녔던 문화적 위상을 역설적으로 강조합니다. 240페이지의 모노그래프는 공간을 사용하던 주체들이 퇴장한 이후에도 남아있는 시각적 장치들을 통해, 이미 파괴된 건축적 기억을 지면 위에서 사후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ARCH.B 분석

실내건축 보존의 한계와 출판 아카이브의 의의

존슨 퍼블리싱 사옥의 소멸과 이번 도서 발간은 현대 상업 건축 보존에서 실내 공간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외관이 법적 랜드마크로 지정되더라도, 건축의 고유성을 구성하던 실내 인테리어는 용도 전환과 민간 개발의 논리 앞에서 보존 강제력을 갖지 못한 채 손쉽게 파괴됩니다.

기후 부적합성으로 인한 외장재 교체와 임대 주거로의 전면 리모델링은 1970년대 기업 건축이 도시 속에서 겪는 물리적 변형의 전형을 대변합니다. 실물 공간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하고 박물관의 부분 소장품이나 사진집이라는 인쇄 매체로 대체하는 것은 현대 건축 유산 보존이 처한 타협적인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카란트의 작업은 실물 공간이 철거되기 전 고해상도 사진을 통해 내장재와 색채 구성을 체계적으로 남겨두는 시각적 사진 아카이빙이 수행할 수 있는 실무적 가치를 입증합니다. 기록이 유실되었다면 완전히 잊혔을 흑인 디자이너들의 모더니즘 유산은 책이라는 새로운 물리적 형태를 통해 역사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Design Milk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A New Book Preserves the Lost Interiors of Ebony and Jet’s Chicago Headquarters (새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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