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골목 풍경과 덴마크 디자인의 만남
덴마크 코펜하겐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스파콘(Spacon, Spacon & X)이 서울 종로구 서촌 자하문로 골목에 위치한 '에디션덴마크' 쇼룸 및 카페 공간 리뉴얼을 선보였다. 요한 퓔스비에르(Johan S. Fuglsbjerg)와 이지은 공동 대표가 이끄는 에디션덴마크는 덴마크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가치를 소개하는 브랜드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층 50㎡(약 15평) 면적의 컴팩트한 상업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표정으로 탈바꿈시켰다.
스파콘의 파트너이자 건축가인 말레네 흐비트(Malene Hvidt)가 주도한 이번 작업은 한국과 덴마크 두 문화권이 공통으로 지닌 정서적 교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한곳에 둘러앉아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임 문화와 환대(Hospitality)의 가치를 공간의 중심 뼈대로 삼았다. 여기에 국내 가구 스튜디오 EAEA와의 협업을 더해 현지 제작의 세밀함과 북유럽의 조형 언어가 긴밀하게 맞물리도록 구성했다.
집의 온기를 재현한 재료와 색채의 층위
전체 공간은 차가운 상업적 쇼룸의 분위기를 지양하고, 실제 사람이 거주하며 가꾸어 나가는 집과 같은 층위(Layered feeling of a home)를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덴마크 인테리어 디자인의 핵심 매개체인 목재를 주재료로 채택했으며, 구역별 성격에 맞춰 마감재와 색채를 섬세하게 변주했다.
음료를 즐기는 카페 영역에는 차분하고 편안한 쉼을 유도하기 위해 모스 그린(moss-green, 이끼 녹색)으로 착색한 목재를 적극 사용했다. 바닥에는 자연스러운 질감의 테라코타 타일을 깔아 발끝에서부터 전해지는 토속적이면서도 따뜻한 물성을 부여했다. 반면 쇼룸 전시 영역은 천장에 전면 거울 마감(mirrored ceiling)을 과감하게 적용했다. 이 거울 천장은 50㎡라는 협소한 물리적 면적 한계를 극복하고 시각적으로 층고와 공간을 수직 확장시키는 동시에, 진열된 오브제와 가구의 입체적인 형태를 다채로운 각도로 투영한다.
고전 빈티지와 맞춤 제작물이 빚어낸 가구 큐레이션
공간 내부를 채우는 가구와 집기는 덴마크 가구 디자인의 유산과 현대 공예의 절묘한 공존을 보여준다. 스파콘은 덴마크 디자인의 거장 뵈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의 대표작인 'J39(일명 Folkestolen, 국민의자)' 빈티지 체어를 배치해 시간의 무게와 편안한 조형미를 불어넣었다. 세월을 품은 원목과 자연스러운 종이 지끈 좌판은 서촌 한옥 골목의 결과도 자연스럽게 호흡한다.
이러한 빈티지 컬렉션의 바탕 위로 솔리드 체리 원목(solid cherry wood), 지끈 스툴(woven cord stools), 맞춤 제작 텍스타일 조명이 조화롭게 얹어졌다. 한국 가구 스튜디오 EAEA가 제작한 맞춤 가구들과 덴마크 꽃 모티프가 각인된 목재 및 알루미늄 자수 트레이 등 섬세한 일상 오브제들은 공간의 촉각적 완결성을 높인다. 사진가 문성주와 손미현이 기록한 공간 장면은 이 다채로운 텍스처들이 서촌의 빛과 만나 형성하는 은은한 명암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작은 면적을 극복하는 복합 리테일의 공간 해법
에디션덴마크 서촌 쇼룸은 50㎡ 안팎의 도심 소규모 매장이 겪는 상업적 한계를 영리하게 돌파한 사례로 분석할 수 있다. F&B(카페)와 제품 리테일(쇼룸)이라는 상이한 두 기능을 단일 층에 배치할 때 흔히 발생하는 혼잡함을, 재료의 색감 대비와 거울 천장이라는 건축적 장치로 풀어냈다. 모스 그린 목재와 테라코타 타일로 완성된 카페 공간은 고객을 안정적으로 머물게 만들고, 반사 천장이 적용된 쇼룸은 시각적 개방감을 확보해 쇼핑 동선에 역동성을 부여한다.
상업 공간 기획 관점에서 볼 때, 카페에서 사용하는 테이블웨어와 식기류를 손님이 직접 만지고 사용해 본 뒤 바로 인접한 쇼룸에서 즉각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동선 설계는 매우 유효한 리테일 전략이다. 관람과 휴식, 시식과 소비의 경계를 허무는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씬'의 구축은 향후 면적 대비 높은 고객 체류 시간과 브랜드 몰입도를 기대하는 중소형 매장 디자인에 유의미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로컬리티와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 협업의 확장성
이번 프로젝트는 해외 디자인 스튜디오가 특정 도시의 역사적 맥락에 개입할 때 취할 수 있는 모범적인 협업 태도를 보여준다. 코펜하겐의 스파콘은 서촌이라는 특수한 한국적 로컬 환경에 자신들의 시그니처 스타일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 가구 스튜디오 EAEA와의 공동 제작을 통해 현지 장인정신을 끌어들이고, '모임과 환대'라는 양국의 보편적 정서를 공간 테마로 삼음으로써 이질감을 덜어냈다.
이 사례를 다른 지역의 매장에 적용할 때는 해외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옮기는 것보다 현지 제작자, 이용 방식, 주변 동선과 함께 조율하는 과정이 우선입니다. 카페의 실제 운영과 쇼룸의 판매가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가구의 유지보수, 진열 교체, 직원의 이동도 디자인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분위기를 복제하는 데 머물지 않고, 어떤 협업과 운영 조건이 그 분위기를 유지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무적 관점입니다.
출처
Dezeen Interiors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Spacon fills Edition Denmark in Seoul with vintage Danish furniture and found objects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