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시계 브랜드 르본과 협업해 첫 손목시계를 선보였다. 10월 28일 디진을 통해 소개된 이번 작업은 시계를 이루는 통상적인 부품 구분을 다시 설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케이스와 스트랩, 다이얼과 무브먼트를 함께 구상한 작업이다. 포스터는 스케치와 모형으로 치수를 조정하는 과정이 건축 설계와 닮았다고 설명했다. 부품을 따로 볼 때보다 결합했을 때의 전체 윤곽을 먼저 설정한 접근으로 읽을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케이스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러그를 과감하게 생략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시곗줄을 고정하는 부품을 없앤 대신 스트랩이 티타늄 몸체를 매끄럽게 감싸면서 이어지도록 유도했다.
브랜드 측의 공식 설계 설명 역시 스트랩을 케이스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으로 규정한다. 부품을 연결하는 구조적 장치를 외부로 드러내지 않고 시계 고유의 윤곽 내부로 온전히 흡수한 셈이다.
몸체와 스트랩이 구성하는 크기와 교체 구조
공식 제품 명세에 따르면 5등급 티타늄 케이스의 지름은 38.5밀리미터이며 두께는 10밀리미터로 제작됐다. 반면 스트랩을 포함한 전체 폭은 40밀리미터라는 수치로 안내된다. 하나의 제품 크기를 두 가지 숫자로 설명하는 까닭은 줄이 결합하는 영역까지 전체 외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시계 앞면에는 빛 반사를 줄이는 처리를 거친 돔형 사파이어 유리를 얹었고 뒷면 역시 사파이어 유리를 적용했다. 케이스 표면 보호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소재 선택이 앞뒤 양면에 고루 반영된 셈이다.
시곗줄의 소재는 FKM 고무이며 너비는 18밀리미터다. 두 에디션 모두 간편하게 바꿀 수 있는 교체형 통합 스트랩 시스템을 지원하며 티타늄 접이식 버클을 함께 장착했다.
외형상으로는 매끄럽게 결합된 일체형 윤곽을 띠고 있으나 실제로는 소재와 결합 메커니즘이 정밀하게 분리되어 있다. 포스터가 언급한 사용자별 조합 가능성은 이처럼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부품 설계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베젤을 통한 시간대 표시와 내부 기계 장치
다이얼 바깥 둘레에는 양방향으로 회전 가능한 12시간 눈금 베젤이 장착됐다. 별도의 추가 시침을 두지 않고도 중앙 시침과 회전 베젤의 눈금을 조합해 두 번째 시간대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이다.
르본은 이러한 조작 방식을 포스터의 비행 이력 및 장기간 이어진 여행 경험과 연결해 설명한다. 디진 인터뷰에서도 항공 분야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이 단순한 시각적 장식을 넘어 실제 시간 판독 기능으로 이어졌음을 짚었다.
시계 내부에는 자동으로 태엽이 감기는 스위스 기계식 무브먼트 ETA 2892-A2가 자리잡았다. 날짜 창은 3시 방향에 배치되어 정돈된 균형감을 이룬다.
화면 전환으로 정보를 분리하는 디지털 기기와 달리 이 시계는 시간대와 날짜, 현재 시각을 단일 원형 다이얼 안에 함께 배치했다. 베젤을 손으로 돌리는 물리적 조작이 곧 판독할 시간의 기준점을 전환하는 행위가 된다.
티타늄 표면 마감과 회전 로터의 색채 대비
내추럴 티타늄 에디션은 회색 고무 스트랩에 티타늄 금속 고유의 색상을 자연스럽게 이어 붙였다. 브랜드 측은 동일한 금속 소재 위에 샌드블라스트 무광 처리와 광택 처리, 브러시 마감을 정교하게 조합했다고 밝힌다.
다이얼에 새겨진 원형 브러시 결은 니켈색 바늘 및 케이스와 어우러지며 인접한 색조 안에서 각기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반면 블랙 에디션은 무광 검정 DLC 처리를 입힌 케이스에 맞춰 검정 다이얼과 바늘, 스트랩을 통일감 있게 배치했다.
두 제품 모두 시각 표시 눈금과 바늘에 푸른빛을 발산하는 흰색 야광 안료를 채웠다. 조명이 밝을 때 확인되는 회색이나 검정의 단색조 표면 위에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시각 요소를 겹쳐 놓은 배색이다.
시계 뒷면의 투명 창을 통해 드러나는 자동 감기용 로터에는 5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내추럴 버전은 짙은 파랑을, 블랙 버전은 선명한 빨강을 채택했다. 전면부의 차분하고 절제된 색채와 후면 기계 구동부의 강렬한 색채를 뚜렷하게 대비시켰다.
38.5와 40, 그리고 18밀리미터를 구분해 읽기
두 공식 제품 명세에서 케이스 지름은 38.5mm, 스트랩을 포함한 폭은 40mm, 스트랩 폭은 18mm로 일치한다. 전체 폭과 케이스 지름의 차이는 1.5mm다. 하지만 이 차이를 곧바로 양쪽 돌출 길이나 손목에 닿는 두께로 해석할 수는 없다. 제품이 명시한 측정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케이스 두께 10mm 역시 전체 외곽 폭과는 다른 방향의 치수다.
또한 18mm라는 폭만 같으면 일반 스트랩이 호환된다는 뜻은 아니다. 공식 설명은 교체 가능한 통합 시스템을 명시하고 전용 스트랩으로 연결하지만, 검토한 명세만으로 모든 범용 18mm 스트랩의 결합을 확인할 수는 없다. 교체 가능성과 범용 호환은 구분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이어지는 부품을 나중에 바꿀 수 있다는 장점과, 그 교체물을 어떤 규격으로 구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살필 항목이다.
제품 페이지의 추가 정보에는 2kg과 45×30×20cm도 보인다. 이 값은 시계 자체의 질량이나 케이스 치수라고 설명돼 있지 않으므로 착용 무게와 크기로 가져오지 않았다. 기술 명세의 mm 단위와 판매 시스템의 추가 정보가 한 페이지에 있어도 동일한 대상을 측정한 값으로 합치면 안 된다. 아래 비교는 두 에디션의 공개 명세를 대조한 결과이며 직접 무게를 재거나 손목에 착용한 평가는 아니다.
| 항목 | 내추럴 티타늄 | 블랙 |
|---|---|---|
| 케이스 지름 / 스트랩 포함 폭 | 38.5mm / 40mm | 38.5mm / 40mm |
| 두께 / 스트랩 폭 | 10mm / 18mm | 10mm / 18mm |
| 케이스 마감 | 티타늄색 무광·광택·브러시 조합 | 무광 검정 DLC |
| 후면 로터 색 | 파랑 | 빨강 |
| 교체 방식 | 교체형 통합 스트랩 | 교체형 통합 스트랩 |
이처럼 두 에디션은 동일한 규격과 내부 무브먼트를 공유하면서도 금속 가공 방식과 색상 배분을 달리해 완성됐다. 외형의 연속성을 추구하는 형태적 결단과 기계 부품의 물리적 움직임을 노출하는 구조가 한 몸체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러그를 덜어낸 외곽선과 교체형 스트랩, 회전 베젤은 각각 형태와 유지 관리, 시간 판독을 다룬다. 결합부가 시각적으로 정리됐다는 것과 장기간 반복해서 교체해도 내구성이 유지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질문이다.
ARCH.B 의견
건축적 개념을 손목시계로 축소했다는 수사보다 금속 케이스와 유연한 고무 스트랩이 맞물리는 접합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 러그를 지웠음에도 서로 다른 두 재료는 하나의 덩어리로 녹아들지 않으며 규격화된 분리 및 교체 기능을 온전히 유지한다.
통합 설계의 본질은 부품을 영구히 고착하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재질이 만나는 경계와 분할선을 시각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에 있다. 연속적인 외곽선을 만들어내면서도 유지 보수와 개별 교체 편의를 해치지 않는 물리적 정밀성이 핵심이다.
회전 베젤과 노출형 로터의 배치는 기능성과 시각적 연출의 균형을 보여준다. 베젤은 복잡한 다기능 바늘을 더하는 대신 물리적 회전으로 2개 시간대를 간결하게 정리하며, 로터의 원색 배색은 무채색 전면부와 대비되는 기계적 활기를 드러낸다.
전용 형태의 교체형 시스템을 평가할 때는 범용 호환 여부와 대체 부품의 공급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러그리스 형태가 손목 위에서 제공하는 밀착감과 장기간 반복 교체한 접합부의 내구성은 이번 문서 대조로 판정하지 않았다. 실착과 유지 관리의 평가는 외곽선의 완성도와 구분해서 남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