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더 카부토 레거시’는 시각을 가리키는 둘레를 열두 개의 투구로 채웠다. 일본의 무장들을 상징하는 카부토를 작게 조각해 배치하고 중심에는 에도성을 놓았다. 디자인 밀크가 10월 21일 소개한 이 시계는 28점 한정 제품으로, 공식 모델 번호는 RDDBEX1139다. 제품 소개에서 확인되는 것은 복잡한 기능 추가보다 다이얼에 투입한 조형과 세공이다.
손목 위의 작은 원형 전시장
인물 전신을 세우던 ‘원탁의 기사’ 계열에서 투구만을 택하면서, 작은 면적 안에서 서로를 구별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얼굴이나 자세 대신 돌출된 장식과 윤곽이 각 자리를 표시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계의 방향에 맞춰 입체물의 차이가 원주를 따라 이어지는 구성이다.
금의 덩어리에 차이를 새기는 손작업
공식 제품 설명에 따르면 투구는 18캐럿 핑크 골드로 조각하고 손으로 마감한다. 혼다 다다카쓰의 사슴뿔과 다테 마사무네의 초승달처럼 서로 다른 형태를 식별 단서로 썼다. 디자인 밀크는 투구 하나의 작업에 이틀에서 사흘이 든다고 전한다. 시간 수치는 제작 소개에 따른 것으로, 모든 부품의 총 공정을 산정한 결과는 아니다.
같은 금속과 작은 크기 안에서 실루엣을 달리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색을 열두 가지로 나누는 대신 뿔이나 곡선의 방향, 튀어나온 부분의 높이로 차이를 만든다. 다이얼을 보는 거리가 달라지면 먼저 원형의 배열이 보이고, 가까이에서는 각 투구가 독립된 작은 조각으로 읽힌다.
중앙의 성은 한 덩어리가 아니다
로저드뷔는 에도성 미니어처가 핑크 골드 부품 17개로 구성된다고 명시한다. 지붕에는 청색 CVD와 검정 PVD 코팅을 나눠 적용하고, 건물 부위에는 미세 입자를 분사하는 마감을, 바닥에는 레이저 각인을 썼다. 지붕 부품은 청색 코팅 일곱 개와 검정 코팅 여섯 개로 나뉘고, 건물 부품 세 개와 바닥 하나가 더해진다. 그 차이는 축소한 성의 지붕과 벽, 바닥을 금속의 색과 질감으로 구분하는 장치다. 작은 건축물을 한 번에 깎은 장식으로 보기보다 층과 면을 나누어 조립한 구조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짙은 청색과 어두운 면, 거친 표면이 겹치면 재료가 같아도 부위의 경계가 드러난다. 둘레의 투구가 손으로 구별한 인물의 표식이라면 중앙은 부품과 표면 처리로 구별한 공간의 표식이다. 이 두 제작 방식이 한 화면에 놓이며 원형 구성이 단순한 장식 테두리를 넘어 작은 장소처럼 보이게 한다.
이야기를 앞면 밖으로 이어가는 방법
케이스는 지름 45밀리미터의 핑크 골드이며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사용한다. 용두를 보호하는 부분에는 검의 가드에서 가져온 형태가 들어갔다. 뒷면에는 열두 가문의 문장을 새겨 앞의 투구와 다른 식별 체계를 둔다. 앞면이 입체 윤곽으로 주제를 전한다면 뒷면은 평면의 기호로 같은 인물을 다시 불러오는 셈이다. 공식 소개의 청색 송아지가죽 스트랩은 갑옷 판을 엮는 방식을 연상시키는 봉제 구성을 설명한다.
내부의 자동 기계식 RD821은 시와 분을 표시하며 공식 파워리저브는 48시간이다. 외부의 수많은 조각이 표시 기능의 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보여 주는 기구 위에 공예적 이야기를 얼마나 촘촘히 얹었는지가 이 제품을 읽는 핵심이다.
17개 부품이라는 수를 공정으로 나누면
중앙의 에도성은 하나의 통짜 장식이 아니다. 공식 안내가 열거한 파란 지붕 일곱, 검은 지붕 여섯, 건물 세 조각, 바닥 한 조각을 합하면 17개가 된다. 같은 건축 모티프를 쓰면서도 지붕과 건물, 바닥에 다른 표면 처리를 배분해 작은 다이얼 안에 층과 경계를 만든 구성이다.
바깥의 열두 투구는 시각을 표시하는 자리이고, 중앙의 열일곱 조각은 성의 장면을 이루는 제작 단위다. 두 수를 한 종류의 장식 수량으로 합치면 각각의 역할이 흐려진다. 투구마다 2~3일이 걸린다는 제조사 설명 역시 여러 공정의 병행 여부를 알 수 없어 시계 한 점의 총 제작 기간으로 단순 곱셈할 수 없다.
| 부분 | 개수 | 공식 안내의 표면 처리 |
|---|---|---|
| 파란 지붕 | 7 | 블루 CVD |
| 검은 지붕 | 6 | 블랙 PVD |
| 건물 | 3 | 쇼트 블라스팅 |
| 바닥 | 1 | 레이저 각인 |
카부토 레거시는 시간의 표식과 중앙 구조, 앞뒤 면과 스트랩에 역사적 모티프를 분산했다. 투구와 성의 조각을 개별 장식보다 시계의 배열과 읽는 순서를 만드는 요소로 살펴볼 수 있다.
ARCH.B 의견
이 시계의 재료 선택을 살필 때는 투구의 돌출된 윤곽, 중앙 건축물의 층, 스트랩의 봉제가 같은 주제를 어떻게 반복하는지 순서대로 볼 수 있다. 모티프가 다른 부위로 옮겨갈 때 그대로 복제되는 대신, 조각·각인·코팅·재봉이라는 각 공정의 표현으로 바뀐다. 제품 전체의 일관성을 로고나 단일 색상만으로 만드는 방법과 다른 사례다.
다만 제조사가 제시한 일본사의 서사를 제품 자체가 입증하는 것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인물의 상징을 골라 배치하고 재료를 가공한 방식이다.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장식으로 바뀌는 지점을 살피면, 한정 수량이나 희소성보다 어떤 형태를 남기고 어떤 정보를 생략했는지가 더 오래 볼 질문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