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의 은빛에 산화를 쌓다, 볼디자르 센테스키의 이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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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0일 · 5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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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볼디자르 센테스키가 유리 위 은층에 산화와 부식을 거듭해 만든 거울 세 점을 선보였다. 반사면의 변화를 매끈한 스테인리스 프레임 안에 담은 유일작이다. 공식 작품 명세와 제작 설명을 바탕으로, 표면을 장식하는 일과 재료가 형태를 만들어 가도록 조건을 정하는 일의 차이를 읽는다.

  • 유리 위 은층을 산화·부식시키는 과정을 여러 겹 쌓아 각기 다른 반사면을 만든다.
  • 공식 명세에서 01·02는 121×81cm, 03은 121×121cm이며 모두 두께 4cm의 유일작이다.
  • 낡아 보이는 표면은 새 작품의 제작 결과이며, 오래된 거울을 재사용했다는 설명은 아니다.
거울의 은빛에 산화를 쌓다, 볼디자르 센테스키의 이로전
이미지 제공: Design Milk · 원출처 기사

헝가리 디자이너 볼디자르 센테스키가 거울 세 점으로 구성한 이로전(Erosion) 컬렉션을 선보였다. 10월 19일 디자인 밀크가 소개한 이 작업은 유리와 금속의 반사면을 변화시키는 과정 자체를 작품의 중심에 놓는다. 표면을 균일하게 정돈해 주변을 또렷이 비추는 거울과 달리, 산화와 부식이 남긴 흔적도 함께 보도록 만든 작업이다.

반사하는 도구에 남긴 제작의 흔적

전속 갤러리 스튜디오 트웬티세븐은 세 점을 2026년 작품으로 기록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수작업으로 만들며 각각 서명과 일련번호, 진품 보증서를 갖춘 유일작이다. 같은 모양을 정해진 수량만큼 반복하는 에디션보다, 각 표면의 개별성을 판매 단위에 반영한 구성이다. 갤러리의 작가 소개는 부다페스트의 브루탈리즘과 바로크·신고전주의 건축이 공존하는 환경을 그의 관심사로 짚는다. 도시의 표면을 관찰한 경험이 실내에 놓이는 물건의 재료 실험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붓으로 그리는 대신 반응의 조건을 만든다

갤러리의 제작 설명에 따르면 센테스키는 물감을 바르는 대신 유리와 금속의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다. 반사면을 가공하고 산화시키는 과정을 층층이 반복하며, 앞선 변화가 다음 층 아래에도 흔적으로 남도록 한다. 작가가 모든 얼룩의 위치를 미리 그리기보다 재료가 반응할 조건을 설정한다는 설명이다.

디자인 밀크는 은을 입히는 작업과 반복적인 적층을 함께 짚는다. 바깥에는 광택을 높인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을 두어 변화가 많은 안쪽 표면과 대비시켰다. 도시의 건축과 풍화한 재료에서 가져온 관심이 거울의 표면 처리로 이어진 셈이다. 다만 이 설명은 제작 중의 산화를 다루며, 설치 후에도 부식이 계속되도록 설계했다는 뜻으로 읽을 근거는 없다.

세로형 두 점과 정사각형 한 점

공식 제품 자료는 이로전 01과 02의 높이를 121cm, 너비를 81cm로 기재한다. 03은 높이와 너비가 모두 121cm다. 세 점의 두께는 4cm로 같다. 재료 표기는 유리 위 은을 뜻하는 ‘Silver on glass’이며, 작품 설명은 고광택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을 명시한다.

세 점을 동일한 규격의 작은 장식 거울로 묶어 상상하면 놓치는 차이가 있다. 세로형은 몸과 주변 공간을 좁고 긴 범위로 끌어들이는 구도를, 정사각형은 좌우로 더 넓은 장면을 담는 구도를 생각하게 한다. 이는 치수에서 출발한 감상 방식의 비교다. 실제 반사의 선명도나 시야 범위는 산화된 면의 상태와 보는 위치에도 달려 있다.

같은 높이에서 폭이 달라지면 반사의 자리도 바뀐다

공식 치수를 나란히 놓으면 01과 02는 높이 121센티미터, 폭 81센티미터로 같고 03은 높이와 폭이 모두 121센티미터다. 같은 높이의 세로형과 정사각형이라는 차이가 생긴다. 사진 속 산화 무늬뿐 아니라 벽에서 어느 정도의 폭을 차지하고 주변의 어떤 장면을 담는지도 별도로 비교할 수 있는 구성이다.

외곽 치수는 반사면이 균일하게 또렷한 면적과 같은 값이 아니다. 산화된 부분이 각기 다른 만큼 같은 치수의 01과 02도 동일한 장면을 똑같이 되비춘다고 볼 수 없다. 형식의 비교에는 치수를, 표면의 비교에는 개별 작품의 기록을 사용하는 두 단계가 필요하다. 주문에 따른 크기 변경 안내와 현재 등록된 세 작품의 치수도 구별할 항목이다.

등록 작품의 치수 비교STUDIOTWENTYSEVEN의 각 작품 등록값. 외곽 치수이며 균일한 반사 면적을 뜻하지 않는다.
등록 작품의 치수 비교
작품높이폭깊이
이로전 01121cm81cm4cm
이로전 02121cm81cm4cm
이로전 03121cm121cm4cm
표를 좌우로 넘겨 전체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로전은 은층의 반응으로 생긴 변화와 매끈한 테두리를 함께 구성한 거울 작업이다. 새로 만든 표면의 제작 과정과 오래된 물건이 지닌 실제 이력을 구분하며 재료가 만드는 형태를 읽을 수 있다.

ARCH.B 의견

이 작업에서 프레임은 단순히 유리를 보호하는 외곽선 이상으로 읽힌다. 고르게 광택을 낸 가장자리와 반응의 흔적이 남은 안쪽을 함께 두면, 무엇이 의도적으로 정돈됐고 무엇이 재료의 변화에 맡겨졌는지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면 전체를 같은 정도로 낡아 보이게 처리했을 때와 다른 긴장이 생기는 지점이다.

거울을 볼 때의 질문도 달라진다. 먼저 자신의 모습이나 방의 반사를 찾다가, 그 장면을 가로막거나 흐리게 하는 표면의 흔적으로 시선이 돌아올 수 있다. 기능과 조형을 두 칸으로 나누기보다 반사가 고르게 이어지지 않는 상황 자체를 감상의 일부로 삼는 해석이다. 단순히 거울에 무늬를 더했다고 설명하면 이런 시선의 왕복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이로전의 흥미로운 지점은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인상을 새 작품의 제작 과정으로 만든다는 데 있다. 현재 자료는 이를 회수한 고거울이나 건축 폐자재의 재사용으로 소개하지 않는다. 표면에 시간의 감각을 부여한 작업과 실제로 오래 사용된 물건의 이력은 감상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그 구분을 두고 보면 센테스키의 선택은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는 일보다, 변화가 남는 방식을 조형 언어로 다루는 실험에 가깝다. 재료를 고른 뒤 정해진 이미지를 완성하는 대신, 재료가 만든 결과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떤 테두리 안에 놓을지 결정한다. 작품을 고르는 사람에게도 사진 속 색만 비교하기보다 개별 면의 반사와 얼룩, 크기를 함께 읽게 하는 이유다.

출처와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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