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건축의 힘을 출발점으로
서울에서 출발한 패션 브랜드 앤더슨벨의 일본 첫 플래그십 매장을 도쿄 디자인 스튜디오 아이인이 설계했다. 설계사 공식 프로젝트 자료는 도쿄의 2026년 리테일 작업으로 분류하며, 1993년에 지어진 브루탈리즘 건물 안에 매장이 들어섰다고 밝힌다. 브랜드의 일본 공식 매장 안내에서도 아오야마 매장의 주소와 운영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디진이 9월 22일 소개한 실내 면적은 309제곱미터다. 아이인 공동 설립자 데루이 요헤이는 기존 건물의 덩어리와 빈 공간이 만드는 강한 구성이 공간 계획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새 인테리어가 이를 평범한 배경으로 덮는 대신, 기존 건축과 다른 성격의 층을 더하는 접근이다.
빨강에서 노랑으로 이어지는 이동
매장에는 선명한 빨강과 주황, 노랑이 사용됐다. 데루이가 원문에 설명한 구성은 층마다 색 하나를 임의로 배정하는 방식과 다르다. 브랜드의 대표색인 빨강이 매장의 도입부를 만들고, 방문자가 공간을 이동하며 위로 올라갈수록 주황을 지나 노랑으로 넘어간다. 색의 변화가 동선과 결합해 각 층의 분위기와 다음 장소로 나아가는 감각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전면의 큰 창에서는 붉은 구간이 밖으로 드러난다. 공식 프로젝트 자료 역시 붉은 디스플레이 창을 파사드의 강한 요소로 소개한다. 건물의 회색 콘크리트 앞에 색이 놓이면서 거리에 보이는 매장의 표정과 실내에서 경험하는 이동이 이어진다. 외관 전체를 새로 칠하지 않고도 입점 브랜드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이다.
거친 표면과 빛나는 표면의 만남
원문은 거푸집 자국이 남은 콘크리트에 유리 바닥, 금속 파이프와 테이블, 광택 있는 래커 마감 진열장이 대비된다고 설명한다. 아이인 공식 자료도 오래된 콘크리트의 흔적을 보존하고 색과 빛, 윤기가 있는 재료를 새로 겹친 접근을 확인한다. 바닥과 천장 안에 넣은 조명도 각각의 층에 다른 성격을 부여하는 요소로 제시한다.
금속 파이프는 기존 구조를 관통하는 듯 이어진다. 이 표현은 설계사가 의도한 시각적 인상이며 실제 구조체를 어떤 방식으로 뚫거나 보강했는지에 대한 기술 설명은 아니다. 매장의 대비는 색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불투명하고 거친 면, 반사하는 면, 빛을 품은 면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주변 공간을 드러낸다.
가구와 층 사이 시선을 함께 설계하다
아이인은 매장 가구 전체를 맞춤 제작했다고 디진에 밝혔다. 가구를 빈 공간에 놓는 별개의 물건으로 다루기보다 기존 건축의 강한 규모와 성격에 맞춰 건축의 일부처럼 읽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진열장과 테이블의 존재감도 콘크리트와 경쟁하는 개별 장식이 아니라 공간 구성에 참여하는 요소로 계획됐다.
공식 프로젝트 자료는 지하부터 위층까지 이어지는 세 층에서 서로 다른 층의 시선이 교차하도록 시각적 개방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높이와 깊이에 놓인 색과 빛, 상품과 사람의 이동이 겹치며 장면이 달라지는 구성이다. 자료에는 시공사 탱크와 조명 설계 hmmm도 기재돼 있어 실내 디자인과 이를 구현하는 역할을 구분할 수 있다.
보존된 흔적이 대비를 만드는 조건
이 매장은 기존 건물의 질감이 강할수록 새 브랜드를 드러내기 어렵다는 가정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콘크리트의 거친 흔적을 남겨 두었기 때문에 매끄러운 금속과 선명한 색의 차이가 더 분명해진다. 차이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삼는다는 설계사 설명이 재료의 조합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과거의 표면을 지우는 비용 절감이나 환경 성과까지 자료에서 증명된 것은 아니므로, 여기서는 공간의 대비 방식으로 읽는다.
층 사이의 열린 시선과 색의 진행도 같은 역할을 한다. 방문자는 한 층의 상품만 보면서 머무르기보다 다른 높이에서 드러나는 색과 빛을 통해 건물의 입체 구성을 인지하게 된다. 세 층을 하나의 경험으로 묶는 장치가 가구와 조명, 동선에 분산돼 있는 셈이다. 이 사례가 제시하는 재사용의 가능성은 오래된 건축을 새 브랜드의 배경으로 약화시키지 않고, 서로의 차이가 드러날 조건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출처
Dezeen Interiors의 원출처와 본문에 표시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어로 재구성했습니다. ‘ARCH.B 분석’은 자료를 읽고 덧붙인 편집 해석입니다.
I IN contrasts concrete architecture with bright colours in Andersson Bell Tokyo store (새 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