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소호에 자리한 레스토랑 키드는 본래 분리되어 있던 두 점포를 하나로 통합해 조성한 식당이다. 박스 나인이 설계를 맡은 이 307㎡ 규모의 공간은 프리트 스트리트 쪽의 빅토리아 시대 입면과 베이트먼 스트리트 쪽의 현대적 입면을 나란히 지닌다. 설계팀은 이질적인 두 얼굴을 단일한 외관으로 덮어버리지 않고, 공통의 재료를 통해 안팎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스 나인의 공동 설립자 루 데이비스는 소호의 역사적 맥락과 기존 건물의 벽돌 무늬, 불을 사용하는 식당의 전통이 재료를 결정하는 데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셰프 세르타치 디리크가 선보이는 튀르키예 요리 배경 역시 재료 선택의 연결 고리로 작용했다. 기존 거리의 기억을 지우는 대신 벽돌이라는 공유 언어로 내부와 외부의 관계를 다시 엮어냈다.
식당을 찾은 방문객은 베이트먼 스트리트 입구로 들어서며 중앙 그릴을 마주하게 된다. 조리 구역과 좌석이 이어지는 상부 공간은 재료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구역에 따라 시각적 밀도를 조율하도록 계획되었다. 상이한 두 건물의 구조적 특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재료를 통해 한 공간이라는 체감을 만들어내는 구조다.
쌓기와 줄눈의 차이로 구획을 나누는 방법
중앙 그릴 주변과 14석 규모의 와인룸 등 내부 곳곳에는 벽돌 표면이 적용되었다. 박스 나인은 상부의 서로 다른 두 공간을 구별하기 위해 쌓는 방식과 줄눈 처리를 의도적으로 달리했다. 빅토리아 시대 양식이 드러나는 구역에는 전통적인 쌓기와 통상적인 줄눈을 적용해 과거의 시간성을 드러냈다.
반면 현대적인 분위기를 띤 구역에서는 벽돌을 세로로 세워 쌓는 솔저 본드 방식을 채택하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줄눈을 조합했다. 같은 계열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줄눈의 깊이와 면의 배치 방향에 따라 빛을 받아들이는 그림자가 달라지며 표면을 읽는 감각이 변하게 된다. 구조적 벽을 새로 세우지 않고도 시각적 경계를 형성하는 장치다.
케노테크의 자료는 이 벽돌이 외벽뿐 아니라 실내 벽면, 바닥, 와인 셀러, 계단, 벽난로 등 다양한 부위에 쓰였음을 보여준다. 중심 색상은 채프먼 번트 오렌지와 그보다 옅은 톤이 활용되었다. 여기에 디스피커와 파이로라브의 마감재, 아나톨리아풍 요소가 결합되었으며 벽돌은 이 모든 요소를 묶는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재생 벽돌과 마감용 슬립의 물리적 구분
납품된 재료는 벽돌형 K-BRIQ와 얇은 마감용 K-SLIP으로 구분된다. 비슷한 색과 질감을 만들더라도 형태와 시공 역할은 다르다. 벽돌형 제품이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부위를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벽이라고 판정할 수는 없다.
케노테크는 벽과 바닥, 와인 셀러와 계단 등 여러 적용 부위를 열거하지만, 검토한 프로젝트 소개만으로 모든 위치의 두께와 부착 상세를 확인할 수는 없다. 같은 벽돌의 인상이 이어진다는 설명과 전 구역이 동일한 제품·구법으로 시공됐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두 자재는 건설 폐기물과 철거 폐기물을 주원료로 삼아 제작된다는 특성을 공유한다. 재생 원료의 비율에 대해 디진은 최소 90%로 서술했고 공급사의 현장 소개 자료는 거의 100%에 달한다고 적고 있다. 서로 다른 수치 표기는 두 출처의 설명 범위로 남겨둘 필요가 있으며, 분명한 사실은 재료가 점포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다채롭게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재료의 고정성을 보완하는 지하 공간의 가변성
지하 층에는 오픈 베이커리가 배치되었으며 이곳에는 얀 헨젤 스튜디오가 맞춤 제작한 이동식 테이블이 놓였다. 디진의 보도에 따르면 이 가구는 필요에 따라 위치를 변경해 해당 구역 전체를 행사 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능한다. 상부 층의 조리와 식사, 와인 보관 기능과 성격을 달리하면서도 전체적인 물성의 맥락은 이어지도록 계획했다.
가구의 이동성은 바닥과 벽면에 단단히 고정된 강한 재료 속에서 공간의 쓰임이 박제되지 않도록 돕는다. 벽돌의 쌓기와 마감 표면이 공간의 구획을 차분하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맡는다면, 가변적인 테이블 배치는 일상적 운영의 변화를 수용한다. 박스 나인은 셰프가 가족 식당 망갈 II에서 쌓은 조리 경험을 공간 중심에 두고 설계와 운영의 유연성을 결합했다.
48톤의 폐기물과 11톤의 탄소 수치는 다르게 읽어야 한다
공급사는 이 프로젝트의 폐기물 재활용량을 48톤, 탄소 절감을 11톤 CO2e로 제시한다. 두 값은 각각 물질의 양과 온실가스 영향에 해당한다. 재생 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회사의 집계지만, 한 값을 다른 값으로 나누어 재사용률이나 건물 전체의 절감률을 얻을 수는 없다. 전체 투입 자재량과 탄소 비교의 기준이 같은 자료에 제시되어야 비율의 의미가 생긴다.
원료 비중에 대한 표현도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보도는 최소 90%, 공급사의 현장 소개는 거의 100%에 가까운 폐기물 원료를 언급한다. 검토한 소개만으로 이 차이가 제품군·생산 시점·산정 방식 중 무엇에서 비롯됐는지는 확정할 수 없다. 이를 임의로 하나의 정확한 백분율로 합치기보다 각 설명을 남기는 편이 맞다. 재료의 출처, 납품 물량, 환경 영향은 서로 연결되지만 같은 지표는 아니다.
설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차이는 별도로 남는다. 같은 오렌지 계열을 사용하면서 전통 쌓기와 솔저 본드, 줄눈의 깊이를 달리해 두 공간을 구별한다. 이 표면의 선택을 읽는 일에 건물 전체의 환경 성능이 입증됐다는 주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어떤 재료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와 그 사용이 어느 범위의 환경 효과를 냈는지를 분리하면, 형태와 재사용의 의미를 모두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키드 레스토랑은 소호의 두 개 점포를 통합하며 기존의 빅토리아 시대 입면과 현대적 입면을 그대로 보존했다. 307㎡ 면적 안에 채프먼 번트 오렌지 톤의 벽돌과 마감재를 연결하고, 솔저 본드와 전통 쌓기, 줄눈 깊이의 차이로 구역의 정체성을 나누었다. 재료의 단일한 흐름 속에서 지하의 가변식 가구 배치를 더해 다양한 운영 가능성을 함께 확보한 사례다.
ARCH.B 의견
키드는 같은 재료를 이어 쓰면서도 쌓기와 줄눈의 차이로 각 구역의 성격을 남긴다. 동일한 색의 표면을 모두 같은 결합으로 마감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 이 사례의 구체적인 선택이다. 공급사의 환경 수치와 별개로, 재료의 연속성과 구법의 차이가 함께 공간을 구성한다.
이 방식을 다른 복합 용도 공간이나 역사적 건물의 리노베이션에 적용하려면, 모서리와 접합부에서 패턴이 전환되는 상세와 조명에 따른 음영 변화를 시공 전에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브릭 슬립과 벽돌형 제품의 물리적 두께 차이가 발생하는 경계면의 마감 디테일이 정교하게 수반되지 않으면 단일한 물질감이라는 설계 의도가 단절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