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청음 바와 런던의 가구 전시는 역사적 실내 공간을 새로 읽어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밀라노에서 NM3가 설계한 바르도는 아돌프 로스의 빈 아메리칸 바와 취리히의 크로넨할레를 참조 대상으로 삼았다. 같은 시기 런던에서 열린 조지아 메리트의 리프레인 전시는 18세기 건축 몰딩과 악보의 형태에서 디자인의 구체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디진은 두 프로젝트를 10월 19일 각각 소개하며 동시대 공간 및 가구 디자인이 고전을 어떻게 다루는지 주목했다. 이 두 작업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때 던져야 할 질문은 과거의 양식과 외형상 얼마나 닮았는가에 머무르지 않는다. 과거의 유산에서 가져온 특정 요소가 오늘날 사람들의 실제 사용 방식을 어떻게 조직하고 작동하게 만드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바르도에서는 방 전체를 감싸는 실내 마감 재료와 가구의 평면 배치가 새로운 공간 쓰임새의 실마리가 된다. 반면 리프레인에서는 표면에 적용된 착시 기법과 벽면에 기대어 서는 가구의 지지 구조가 물건과 공간의 관계를 재편한다. 하나는 사람이 머무는 실내 환경 전체를 구축하고, 다른 하나는 실내의 경계벽과 방 안에 놓이는 독립된 기물이 맺는 접점을 바꾼다.
고정된 실내와 가변적 배치의 결합
NM3의 공식 프로젝트 자료는 바르도의 풍부한 재료감과 낮은 조도, 친밀한 분위기가 역사적인 두 바에서 출발했다고 밝힌다. 벽과 천장은 매끄럽게 광택을 낸 로즈우드 패널로 연속되게 감쌌고, 버건디색 벨벳 커튼과 좌석에 스테인리스 선반을 결합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의 재료를 단단하게 묶어내면서 차가운 금속 선반과 빈티지 카차 도미니오니 조명을 얹어 실내의 짙은 질감을 완성했다.
설계사는 이 연속된 목재 패널이 음향 환경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하지만 정량적인 흡음 성능 수치를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는다. 디진과의 인터뷰에서 공동 설립자 프란체스코 조르치는 아돌프 로스의 바를 그대로 물리적으로 복제하려던 계획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55㎡ 규모의 단일 실내 공간 안에서 붙박이 바와 벤치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손님이 앉는 가구를 밖으로 치워내면 잔잔한 음악을 듣는 바에서 클럽 형태로도 운영을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클래식한 인상을 자아내는 고정된 표면 마감과 실제 운영 프로그램을 바꾸는 가변 배치가 한 공간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수행한다. 과거의 시각적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다목적 기능을 유연하게 수용하는 방식이다.
표면의 착시와 벽을 이용한 구조
리프레인은 런던의 앤티크 상점 M 카르다나에서 열린 가구 전시로 옛 장식 형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었다. 전시작 중 벽 거울의 전면 문은 자작나무로 제작되었으나 표면에 대리석 무늬를 정교하게 그려 넣어 단단한 석재 덩어리처럼 보이게 했다. 세로로 길게 이어지는 피아노 경첩을 이용해 문을 옆으로 열면, 육중한 돌처럼 보였던 물건 내부에서 거울 반사면이 드러난다.
사펠리 목재로 제작된 벤치 언더스코어는 한쪽 끝부분에만 다리 하나가 놓이고 반대쪽은 실내 벽면에 기대도록 만들어졌다. 벤치의 곡선 형태는 18세기 건축 몰딩의 옆모습과 오선지의 기하학적 형태에서 착안해 설계되었다. 역사적 장식을 가구의 표면에 단순히 덧붙이는 대신 가구의 측면 윤곽선과 하중을 지지하는 역학적 구조 자체로 환원한 사례다.
이로 인해 전시장의 벽면은 가구 뒤에 무심하게 서 있는 배경을 넘어 가구의 직립을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필수 구성 요소가 된다. 메리트는 재료와 외관 사이의 시각적 불일치를 유도하고 벽면과의 구조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관찰자가 가구를 대면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방의 배경을 만들거나 물건의 지지 방식을 바꾸거나
바르도의 로즈우드와 벨벳은 방을 감싸는 배경에 가깝다. 고정 바와 벤치가 자리를 잡고 다른 가구를 옮겨 모임의 성격을 바꾼다. 리프레인의 언더스코어 벤치는 가구 한 점의 지지를 벽과 나누는 방식으로 관계를 만든다. 같은 고전의 재해석이라도 전자는 방 전체의 바탕, 후자는 물건과 설치 위치를 다룬다.
재료를 읽는 방법도 다르다. 바르도의 로즈우드 마감은 목재 자체의 결을 보여주고, 리프레인의 거울은 자작나무에 대리석처럼 보이는 표현을 입힌다. 눈에 보이는 석재의 이미지와 실제 석재의 무게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비교의 출발점이다. 클래식한 인상 안에도 재료를 드러내는 선택과 다른 재료를 연상시키는 선택이 함께 있다.
| 비교 지점 | 바르도 | 리프레인 |
|---|---|---|
| 다루는 규모 | 벽·천장과 고정 바·벤치 | 거울·벤치 등 개별 물건 |
| 재료의 표현 | 로즈우드·벨벳·스테인리스의 대비 | 도장 목재가 대리석의 인상을 만드는 표현 |
| 배치와 관계 | 고정 바탕 사이에서 이동하는 가구 | 벽에 지지를 나누는 벤치와 문을 닮은 거울 |
두 작업에서 목재가 수행하는 역할을 견주어보면 ‘고전적 분위기’라는 포괄적인 표현의 구체적인 내막이 명확해진다. 바르도의 로즈우드는 55㎡ 면적의 벽과 천장을 통일감 있게 감싸 안는 실제 건축적 마감재로 쓰였다. 반면 메리트의 거울 작업에서 목재는 대리석으로 오인되도록 유도된 회화적 표면을 떠받치는 바탕 면으로 기능한다.
전자가 원목 재료 고유의 나뭇결과 물질적 실체를 온전히 드러낸다면, 후자는 재료 자체와 눈에 보이는 형태 사이의 간극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시간성을 다루는 태도에서도 바르도는 현대에 맞춤 제작된 구조물들 사이에 빈티지 조명 하나만을 유일하게 배치하는 구성을 취했다. 앤티크를 판매하는 상점 공간에 놓인 메리트의 가구 역시 옛 골동품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진 현대의 창작물이다.
오래된 물건 자체를 그대로 공간에 들여놓는 방식과 새 재료를 통해 옛 공간이 지닌 밀도를 조성하는 방식, 과거 장식의 형태를 다른 지지 구조로 치환하는 방식이 교차한다. 두 작업은 과거의 요소를 표면적으로 재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대의 공간적 조건에 맞추어 서로 다른 설계적 번안을 제시한다.
ARCH.B 의견
과거 양식의 차용이 시각적인 복제나 단순한 분위기 연출에 머물지 않으려면 공간과 몸이 맺는 물리적 역학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함께 따져야 한다. 바르도는 가장자리의 고정된 바와 좌석을 기준점으로 삼아 중앙부를 비워냄으로써 55㎡ 공간 안에서 클럽이라는 변칙적인 운영 방식을 획득했다. 메리트의 거울은 전면 문을 양옆으로 활짝 펼쳐낼 수 있는 전면부 여유 공간을 요구하며, 벤치는 지지대가 될 견고한 벽면이 선행되어야 자립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로스 바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1907~1908년에 설계된 이 협소한 실내에서는 거울을 이용해 대리석 천장과 기둥이 끊임없이 연속되는 착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전형을 바르도와 같은 현대 공간의 성패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해석 기준으로 끌어올 필요는 없다. 옛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었던 건축적 원리와 오늘날의 프로젝트가 해결해야 할 프로그램상의 쓰임새를 엄격히 분리해 바라보아야 한다.
특정 시대의 시각 이미지를 선별하는 작업 이면에는 재료의 물성을 다루는 방식과 사람의 동선, 가구가 요구하는 물리적 여백을 다시 계산하는 설계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 다만 바르도의 목재 패널이 음향에 기여한다는 주장처럼 측정 수치가 부재한 진술은 검증된 사실과 구별해야 하며, 이동식 가구의 보관 문제나 벽에 기대어 서는 가구의 설치 제약 같은 현실적 한계 역시 별도로 짚어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