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프레스코와 새로 놓은 석재, 두 호텔이 시간을 다루는 설계 방식

ARCH-B

ARCH-B

2026년 10월 27일 · 7분 분량

5

한눈에 보는 핵심요약

피렌체 팔라초 소니는 보존된 프레스코와 방의 비례에서 새 맞춤 가구와 직물의 색채를 이끌어냈다. 로도스 아모는 채석장의 역사적 기억과 지역 공예를 현대적 석재·목공·모자이크로 구현했다. 본래 남은 유산과 새로 제작된 표면의 관계를 면밀히 살핀다.

  • 팔라초 소니에서는 보존된 프레스코와 방의 비례가 신규 맞춤 가구와 직물의 설계 기준이 된다.
  • 아모는 채석장 인근의 역사와 로도스 전통 자갈 모자이크 기법을 새로운 공간 구성에 참조한다.
  • 오래되어 보이는 시각적 표면과 기존 건축 부재의 물리적 보존·재사용은 엄연히 구별되는 사실이다.
남은 프레스코와 새로 놓은 석재, 두 호텔이 시간을 다루는 설계 방식
이미지 제공: Design Milk · 원출처 기사

역사를 참조하는 호텔에도 서로 다른 출발점이 있다. 피렌체 팔라초 소니에는 기존 프레스코와 장식, 정원의 분수가 남아 있다. 엘레나와 줄리아 셀라는 이를 복원하고 새 객실 가구와 직물을 연결했다. 보존할 표면과 지금 제작할 요소를 함께 다룬 작업이다.

로도스 아모는 옛 채석장의 흔적이 있는 부지에 조성한 리조트다. 스튜디오 로스트는 지역의 석재와 공예에서 새로운 실내의 근거를 찾았다. 남은 건물의 방을 고치는 일과 장소의 기억을 새 건축으로 옮기는 일은 서로 다른 제작 조건을 가진다.

10월에 다루어진 두 디자인 취재를 비교해 살펴보면 보존의 대상이 된 표면과 새롭게 제작된 표면 사이의 위계와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아모의 경우 메리어트의 앞선 발표를 통해 미리 알려진 공간이므로 최근의 보도 시점을 단순 개장일로 단정하지 않는다. 설계 분석의 핵심은 특정 소식의 날짜가 아니라, 무엇을 본래 자리에서 온전히 남기고 무엇을 지금의 기술로 덧붙였는지를 가려내는 데 있다.

팔라초 소니: 복원된 그림이 방의 색채와 비례를 정한다

팔라초 소니의 설계는 유서 깊은 프레스코의 색감과 방마다 제각기 다른 천장 비례를 실내 구성의 직접적인 출발점이자 척도로 삼았다. 세월이 흐르며 손상되었던 천장의 그림을 정밀하게 복원하고, 대리석 바닥은 본래의 체크무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도록 다시 배치했다. 이는 기존 건축물의 모든 부재를 아무런 손질 없이 두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겨진 장식과 새로 들이는 요소의 유기적인 관계를 정밀하게 계획했음을 보여준다.

호텔의 공식 안내 역시 장식 천장과 정교하게 맞춤 제작된 가구를 주요 객실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설명한다. 객실 내부에 놓인 가구들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기성품이 아니라 오직 이 특정 공간만을 위해 새로 제작되었다. 옷장과 침대, 벤치, 조명 기구의 제작을 현지 장인과 유서 깊은 작업장에 전적으로 맡겼으며, 이를 통해 지역적 맥락을 유지했다.

새로 도입된 가구와 조명에는 옅은 파랑과 민트, 분홍, 황토색이 직물과 금속 소재 전반에 걸쳐 조화롭게 적용되었다. 천장과 벽면에 새겨진 기존 장식의 시각적 힘이 이미 강렬하게 작용하는 방 안에서, 가구를 옛 양식 그대로 흉내 내어 복제하는 손쉬운 방식을 피했다. 대신 현대적인 질감과 정제된 색상을 활용해 기존 장식과 조화로운 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새로 제작된 직물과 거울 표면이 유서 깊은 장식을 잇는다

팔라초 소니 내부의 꽃과 나비 문양은 알레산드로 비니와 협업하여 실크를 기반으로 짠 맞춤 자카드 직물로 제작되었다. 이 정교한 직물은 침대 캐노피와 의자 덮개, 옷장 안쪽 마감재로 폭넓게 사용되어 실내의 촉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세월의 흔적을 담아낸 듯한 호박색 거울 표면 역시 욕실과 엘리베이터, 주요 벽체에 반복적으로 설치되었다.

이처럼 공간 곳곳에 적용된 호박색 거울이나 특수 제작 직물은 현장에 남아 있던 과거의 유물을 그대로 보존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이는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현대적인 설계와 제작 공정을 거쳐 의도적으로 덧붙여진 새로운 디자인 요소들이다. 장식의 원형과 신규 가공물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 공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첫걸음이다.

외부 정원 영역에서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분수와 님파이움이 확고한 공간적 중심을 차지한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이 역사적 분수와 님파이움을 곧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명확한 시각적 축을 설정하고, 주변에 식재와 조명, 야외 가구를 단정하게 배치했다. 공식 식음 공간의 큰 창을 통해 정원을 마주하게 만든 구성 또한 내부와 외부의 시각적 연결을 완성하는 중요한 장치다.

아모: 채석장의 기억을 현재의 석공과 정교한 목공으로 번역한다

아모에서는 단단한 돌의 덩어리와 정교하게 짜 맞춘 새 목공 구조물이 어우러지며 리조트 전체의 공간감을 형성한다. 단일 석재를 정밀하게 깎아 다듬은 기둥과 세면대, 가구들이 묵직한 물성을 드러내며, 낮고 안쪽으로 깊숙이 물러앉은 개구부가 그늘진 입체감을 더한다. 로도스 전통의 자갈 모자이크는 자연 자갈의 모양과 색을 하나하나 골라 손으로 바닥에 배열하는 전통 기법으로 마감되었다.

메리어트의 공식 설명 역시 이 리조트의 설계를 지역 석공 전통과 현지의 풍부한 재료적 자산에서 출발한 결과물로 규정한다. 짙은 색상의 목재와 정교한 격자 스크린은 무겁고 단단한 석재 표면과 뚜렷한 시각적 대조를 이루며 공간 내부에 서로 다른 밀도의 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목재 요소들은 석재가 주는 중압감을 자연스럽게 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영장 바에서는 그리스의 고유한 기하학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목재 격자가 중심적 요소로 기능하고, 식당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스크린과 개방형 조리 구역이 결합하여 다채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다만 채석장의 역사적 기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사실이 곧 모든 석재를 현장에서 직접 채취해 재사용했다거나 과거의 부재를 그대로 가져왔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원형을 남기는 일에도 새 제작이 들어간다

팔라초 소니의 대리석 바닥은 원래의 체크무늬를 떠올리도록 다시 만든 부분이다. 프레스코를 복원했다는 설명과 바닥의 문양을 재현했다는 설명은 같은 보존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호박색 거울과 맞춤 직물 역시 새로 더해진 요소다. 한 객실 안에서도 원래 남은 표면, 이전 형태를 참고해 다시 만든 부분, 현재의 디자인을 덧붙인 부분이 함께 존재한다.

아모의 공식 안내는 옛 채석장이 부지 안에 있고 Cava Di Pietra에서 보인다고 설명한다. 남아 있는 계단과 해안의 적재 지점은 장소를 읽는 실제 흔적이 된다. 하지만 채석장이 보인다는 사실과 새 기둥이나 세면대가 그곳에서 회수한 돌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다르다. 자재의 산지와 회수 경로가 명시되지 않았다면 역사적 참조를 재사용 물량으로 바꾸어 설명할 수 없다.

이 차이를 따라가면 완공 사진에서 볼 지점도 바뀐다. 팔라초에서는 천장 장식과 새 가구의 높이·색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피고, 아모에서는 남은 지형과 새로 놓은 석재가 어디서 이어지는지 볼 수 있다. 사진의 오래된 인상을 비교하는 대신, 무엇이 앞서 존재했고 어떤 공정으로 지금의 표면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팔라초 소니는 남아 있는 프레스코와 방의 비례에서 새 가구의 기준을 찾는다. 아모는 부지의 채석장과 지역 공예를 현재의 석재·목공으로 해석한다. 원래 남은 것, 다시 만든 것, 과거를 참조해 새로 제작한 것을 구분하면 두 호텔의 시간성이 다르게 읽힌다.

ARCH.B 의견

옛 표면이 주어진 방에서는 새 가구가 무엇을 가리고 무엇을 남겨 보이게 할지가 설계의 문제가 된다. 장소의 기억에서 새로 출발하는 건축에서는 어떤 형상과 제작 기법으로 그 기억을 현재의 물건에 연결할지가 중요하다. 두 작업을 오래된 분위기라는 하나의 말로 묶기보다 기준이 된 대상을 먼저 살피는 편이 구체적이다.

관광객에게 지역성을 전달하는 설명도 이 구분을 따라갈 수 있다. 복원한 프레스코와 새로 짠 자카드, 부지에 남은 채석장과 새로 다듬은 돌을 각각 설명하면 역사와 제작의 관계가 드러난다. 반대로 새 표면을 모두 유물처럼 소개하거나 지역 재료라는 말만으로 재사용을 주장하면, 실제로 남기고 바꾼 선택이 흐려진다.

출처와 참고자료

Share

Related

함께 읽기 좋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