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로어이스트사이드 오처드 스트리트에 위치한 소프트빌은 스튜디오 제러미빌과 호주 젤라토 메시나가 협력해 완성한 공간이다. 운영사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매장의 문을 연 시점은 10월 1일이며 디자인 밀크가 22일 해당 공간의 구체적인 제작 배경과 의도를 소개했다. 이는 최근 보도된 설계 구성을 분석하는 맥락이며 당일 새롭게 문을 연 매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해당 매장의 규모는 2500제곱피트, 환산하면 약 232제곱미터에 이르는 면적이다. 메시나 측에 따르면 이번 거점은 북미 지역 첫 진출이지만 기존 점포의 간판이나 메뉴를 단순 복제해 들여온 형태가 아니다. 조각과 설치 작업, 수집 가능한 도자기와 디자인 오브제, 디저트 제조 공간을 한데 묶은 독자적 개념으로 운영된다.
오래된 쇼윈도의 곡선과 내부 목공의 결합
소프트빌 매장은 과거 벤 프리드먼 백화점이 운영되던 역사적인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제작팀은 실내 디자이너 사라 카펜터와 협업하여 1920년대에 조성된 곡면 유리 쇼윈도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했다. 제러미빌 공동 창립자 메건 메어는 취재를 통해 지역의 역사적 층위와 건축적 성격을 온전히 존중하고자 했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디자인 밀크의 취재 내용에 따르면 카펜터는 입면의 유연한 곡선을 매장 안쪽으로 연속되도록 이끌었다. 여기에 각이 잡힌 따뜻한 질감의 목재 좌석과 밝은 바닐라색 마감을 더해 내부 바탕을 완성했다. 외관의 곡률을 무조건 복제하지 않고 상반된 선과 재료를 대비시켜 오래된 유리 파사드와 새로운 실내가 균형 있게 관계를 맺도록 유도했다.
곡면 유리 너머에는 제러미빌의 인물 조형물이 보인다. 오래된 쇼윈도가 거리와 실내 사이의 틀을 남기고 새 작품이 그 안의 장면을 바꾼다. 보행자가 안쪽을 보는 계기를 만들려는 구성으로 읽을 수 있지만, 실제 입장률이 높아졌는지를 확인한 기록은 아니다.
순환 전시를 위한 가변 진열과 열린 제작 공간
실내의 전시와 진열 구조는 특정 장면을 영구적으로 고정해 두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운영사는 제러미빌 본인의 작업뿐 아니라 초대 작가의 기획 전시가 정기적으로 순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춰 디자인 밀크는 기본 건축 마감과 주요 목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시품을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유연한 선반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열린 주방 역시 소프트빌의 내부 환경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장면으로 작동한다. 운영사 자료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다섯 가지 상시 디저트와 선데에 더해 순환형 특별 메뉴를 선보이며 소스와 토핑 및 구운 부재료를 직접 생산한다. 소비자는 고정된 완제품을 고를 수도 있고 본인만의 조합을 선택할 수도 있어 서로 다른 주문 흐름이 공존한다.
현장 주방은 에바 윈터스틴이 이끌며 메시나의 총괄 셰프 톰 미첼이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밀크는 제러미빌과 외부 초빙 작가들이 직접 주도하는 드로잉 모임 및 워크숍 프로그램도 향후 일정으로 계획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매일 상시 운영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단순 관람을 넘어 능동적인 제작 참여로 매장을 확장하려는 취지를 나타낸다.
외피·전시·메뉴가 바뀌는 속도는 서로 다르다
이 매장의 요소를 교체 주기로 놓으면 공간의 구성이 더 분명해진다. 곡면 유리와 주요 목공은 긴 시간 유지할 배경이고, 선반에 놓는 작품과 초대 작가 전시는 일정에 따라 바뀐다. 주방은 매일 작동하면서 상시 메뉴와 특별 메뉴를 함께 내놓는다. 예술과 디저트라는 두 이름보다 서로 다른 속도로 변하는 세 층을 어떻게 한 장소에 담았는지가 중요한 비교점이다.
운영사는 다섯 가지 상시 디저트와 선데, 순환형 특별 메뉴를 설명한다. 고정된 메뉴가 있다는 점은 계절마다 매장의 모든 요소를 바꾼다는 뜻과 다르다. 전시에서도 변하지 않는 선반과 바뀌는 작품을 구별할 수 있다. 하나의 시스템 안에 남겨 둘 기준이 있어야 새 콘텐츠가 들어올 때 무엇을 바꿀지 판단할 수 있다. 작품 교체와 메뉴 변경은 같은 빈도로 일어날 필요도 없다.
방문 목적이 겹치는 순간에는 이 가변성이 운영의 문제가 된다. 전시를 천천히 보는 사람과 주문을 기다리는 사람이 같은 곳에 머물 수 있고, 워크숍을 열면 평소와 다른 작업 면이 필요해질 수 있다. 기존 바탕을 유지하면서 진열과 활동의 자리를 조정할 수 있는지가 적용의 질문이다.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는 발표와 매일 실제로 운영한다는 사실은 구별해야 하며, 열린 주방의 냄새·소음까지 배치만으로 해결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소프트빌은 거리의 쇼윈도부터 실내 깊숙한 주방까지 방문자의 체류 방식을 여러 갈래로 분화해 설계했다. 예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진입한 이들과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이용자가 같은 통로에서 서로 다른 속도로 공간을 탐색한다.
보존된 파사드는 건물의 시간을 드러내고, 바꿀 수 있는 진열과 현장 주방은 현재의 전시·제작을 담는다. 고정된 배경과 교체하는 요소를 나눈 구성이다. 서로 다른 기능이 실제 운영에서 잘 공존하는지는 별도로 살필 질문으로 남는다.
ARCH.B 의견
식음료와 전시가 결합된 복합 매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설계 기준은 프로그램이 교체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물리적 골격을 구축하는 데 있다. 소프트빌은 1920년대의 곡면 유리와 단단한 목재 좌석을 지속적인 기본 바탕으로 삼고, 조형물과 전시 상품, 계절 디저트 메뉴를 유동적인 변화층으로 엄격히 분리해 냈다. 이처럼 구조와 가변성의 층위를 나누어 두면 전시 내용이 바뀔 때마다 매장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짓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열린 주방은 디저트를 만드는 일을 보이는 장면으로 만들고, 교체 가능한 진열은 새 작품이 들어올 자리를 마련한다. 두 장치 모두 변화가 일어나는 위치를 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공간을 열어 보이는 것과 두 활동이 간섭 없이 작동하는 것은 같은 성과가 아니므로 실제 주문 대기와 전시 관람이 만나는 지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설계 방식이 다른 상업 프로젝트에 적용되려면 지속적인 콘텐츠 수급 역량과 현장 가변 구조의 내구성이 먼저 담보되어야 한다. 순환 전시나 참여형 워크숍 같은 소프트웨어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면 유연하게 비워둔 진열대는 본래 기능을 잃고 빈 공간으로 방치되기 쉽다. 현장에서 직접 식음 재료를 가공하는 열린 주방 역시 조리 과정의 냄새나 소음이 작품 감상 환경을 저해하지 않도록 공조와 유지 관리가 설계대로 작동하는지 실제 운영 검증이 요구된다.



